중국 CATL, 일본 진출…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각변동 속에 중일 ‘합종연횡’ 모색

입력 2018-05-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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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혼다 등 일본 車업체, CATL과 협력 관계 구축…자동차 산업, ‘피라미드형’에서 ‘수평 분업’ 체제로 전환 중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배터리업체 CATL의 중국 닝더 공장. 출처 CATL 웹사이트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배터리 업체 중국 닝더시대(寧德時代·CATL)가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 중국과 일본이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형국이다.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CATL은 이날 오후 요코하마시에서 영업소 개소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는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3대 자동차 업체 임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CATL은 지난해 자동차 배터리 출하량이 파나소닉을 웃도는 12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 물결을 타고 창업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대 메이커로 부상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CATL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한 일본 자동차 업체 임원은 “품질과 비용, 공급능력을 감안하면 CATL을 뺀 전기자동차 사업의 미래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닛산은 중국에서 CATL의 배터리를 채용했다. 혼다는 최근 CATL과 공동으로 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CATL은 올여름 중국 선전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예정이다. IPO 규모는 2000억 엔(약 1조9672억 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CATL은 중국 정부로부터 8000억 엔 규모의 대출을 받을 전망이다.

하마킨종합연구소의 후카오 산시로 주임 연구원은 “자동차 배터리는 액정 패널이나 태양광 패널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며 “중국은 자금조달 능력과 생산 능력을 무기로 두 부문에서 당장의 수급에 좌우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선행해 단숨에 경쟁자들을 몰아냈는데 배터리에서도 중국 세력이 패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배터리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등으로 총 1조5000억 엔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나 연간으로 따지면 1200억 엔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에 대해 이익을 내야 하는 것도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어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CATL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CATL의 로빈 쩡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과도 절친한 것으로 전해져 태양광 전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배터리 재활용 부문에서도 사업을 펼치려 해 말 그대로 배터리 부문 전체를 장악할 기세다.

이에 일본 자동차 업체는 결국 CATL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수만 개에 달하는 부품업체가 저변을 이루는 대표적인 ‘피라미드’ 구조다. 그러나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 등 기술 혁신이 산업구조를 크게 바꾸고 있다. 핵심 부품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부품 업체들이 우위를 확보해 현재 TV와 스마트폰 같은 ‘수평 분업’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배터리를 CATL이 이미 장악한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는 미국 엔비디아가 부상하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의 이미지 처리 반도체 업체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핵심 부품 패권을 놓고 업체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 CATL과 일본 업체들의 관계 구축 방법은 미래 사업 모델을 모색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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