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블랙록, SK-LG 등 국내 대기업 찜했다

입력 2018-05-15 09:26수정 2018-05-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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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SK하이닉스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 주식을 잇달아 매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록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갑자기 5%이상 매수한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가 5% 이상 지분을 매입한 대주주에 더 강력한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이른바 ‘5% 룰’을 무릅쓰고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남북 평화 기조를 반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북한의 핵포기 선언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 IT 주식을 매도했다는 면에서 블랙록의 최근 투자 동향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은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해 SK하이닉스 지분 5.08%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지난 3일 블랙록파이낸셜매니지먼트 등 특별관계자 14인과 함께 SK하이닉스 지분 4.99%(3635만9794주)를 확보했고, 9일에는 65만1896주(0.09%)를 추가로 매입해 공시 기준인 지분율 5%를 넘겼다.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8만5400원) 기준 3조16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지분 취득에 따라 블랙록은 SK텔레콤(20.07%) 국민연금(9.94%) 등에 이은 SK하이닉스의 3대 주주가 됐다.

블랙록은 10일에도 LG전자 지분 5.04%(814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자산 규모가 6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전 세계 30여 개 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미국 애플과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1대 주주이기도 하다.

◇정치 리스크 없는 실적 호전 기업 선호하는 듯= 우선 블랙록이 SK하이닉스와 LG전자에 투자한 이유는 그만큼 성장세가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올해 내내 이어지며 최대 실적 경신 가능성이 높고, LG전자 역시 가전과 TV 부문에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어 꾸준히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장기 투자 성향을 가진 블랙록이 두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13조7200억 원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곧 꺾일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었지만,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메모리 시장이 장기적인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업계 1위 삼성전자와 다른 점은 그룹차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LG전자 역시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TV와 가전사업의 호조로 1조 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달에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기업 ZKW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전장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ZKW의 매출액은 1조6500억 원으로, 이를 합하면 VC사업본부 올해 예상 매출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큰손 블랙록, 한국 포트폴리오 늘리나… 경영간섭 가능성은 희박= 블랙록은 SK하이닉스와 LG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 주식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8.31%), 녹십자셀(7.7%), 두산밥캣(10.62%), 삼성엔지니어링(5.41%) 등에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현대상선과 수 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협의하기도 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쿠팡에도 올 초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블랙록은 엘리엇과 달리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등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블랙록은 앞서도 한때 SK하이닉스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적이 있다. 당시 주식 매각을 통해 1년간 86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얻었다. 블랙록은 이번 지분 공시에 첨부한 확인서를 통해 “블랙록과 특수관계인은 SK하이닉스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블랙록은 세계 1위 자산운용사로 지난 1988년 설립됐다. 1995년에는 PNC와 합병했으며 1999년에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블랙록은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불렸다. 기관 및 개인을 대신해 전 세계 주식·채권·단기 금융·대체 투자 상품 및 ETF-상장지수펀드 전반을 운용하고 있고 기관을 대상으로 한 리스크 관리 및 전략 자문 서비스 등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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