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휘발유 평균 가격 배럴당 2.86달러로 3년여 만에 최고치…항공사·택배업체 등 비용 부담 커지고 소비에 악영향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와 동반 상승하면서 경제회복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이 갤런당 3달러(약 3200원)로 향하면서 소비가 주춤하고 항공사와 택배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는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주말 전미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2.86달러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는 가격이 이미 1년 전보다 각각 24%, 17% 오른 끝에 3달러대를 돌파했다.
그동안 지속된 경제성장으로 석유 수요가 커진 것이 휘발유 가격 오름세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강세가 지속되면 운전자와 항공사, 택배업체 등은 더 큰 연료비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미국의 경기회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휘발유 가격이 더 뛸 것”이라며 “이는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과 지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금보다 더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게 된다. 특히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에 적극적이어서 에너지 비용 증가는 경제에 리스크를 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휘발유 가격이 2.96달러까지 상승해 이로 인한 미국 소비 감소분이 380억 달러(약 4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1월 추정 당시의 200억 달러에서 높아진 것이다. 또 올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로 인한 가계 세금 공제 소득의 약 3분의 1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 여름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이 갤런당 2.9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보다 17센트 오른 것이며 지난해 여름보다는 약 50센트 뛴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경기회복에 낮은 휘발유 가격도 많이 기여했다. 2014년 국제유가 붕괴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떨어져 2016년 한때 1달러 선까지 향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운전하고 연비는 떨어지더라도 더 크고 비싼 자동차를 사는 데 도움이 됐다. 결국 낮은 휘발유 가격에 의한 호황이 끝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파기 선언을 하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 더 나아가 자국 경제의 후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와 해운업체들은 연료비 부담 증가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심지어 월풀과 같은 소비재 기업도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에서 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유가 상승 악영향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원유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공급자로 부상했다. 현재 미국 내 산유량은 하루 1070만 배럴에 달하며 많은 양이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