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아베, 한반도 평화정착이 일본에도 좋다는 걸 알아야

입력 2018-05-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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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과 관련한 안보 위기 조장으로 큰 이익을 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베는 정치적인 위기에 몰릴 때마다 북한 위협론, 즉 ‘북풍(北風)’을 내세우면서 이를 탈출해 왔다.

그러나 사학재단 특혜 의혹 스캔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이 퇴폐 요가를 즐겼다는 ‘요가 스캔들’로 아베의 3선 야망이 물거품될 지경에 놓인 지금 북풍 약발은 이미 다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가운데 아베 홀로 북한 위협론을 들먹여봤자 밉상으로 찍힐 뿐이다.

아베가 단순히 집권 연장이 아니라 일본의 국익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한반도 평화 정착이 일본에도 좋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맞이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본만 따로 가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사실 아베 등 일본 정치인이 한반도 평화에 마뜩잖은 기색을 보이는 것은 한국전쟁 특수의 추억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일본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가 “이는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기뻐했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로 일본은 내심 남북 대치 상황을 즐겼다. 그런 일본이었기에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에 유일하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때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배제)’이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재팬 패싱’으로 바뀐 지 오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과 미국 등 동맹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일본은 자신들이 잊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일본은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이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더 나아가 로널드 레이건도 미국의 동맹인 일본이 곤란에 처했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트럼프는 오히려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것은 일본에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 등으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일본 정치인들은 어땠는가. 자위대의 해외에서의 무력 행사를 허용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든지, 집권 연장에 이용하려 하지 않았나. 재팬 패싱을 느낀다면 그것은 자업자득일 수밖에 없다.

일본에 가장 절실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아베의 대처는 참으로 구차하기 그지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읍소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인 행동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대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오히려 일본 경제에도 좋을 수 있다. 북한이 정상 국가가 된다면 이후에는 일본의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은 북한에 대해 식민지 지배에 아직 배상을 하지 않았다. 북·일 수교가 실현되면 김정은은 배상금을 통해 북한 경제를 살리려 할 수 있다. 그만큼 일본도 북한 경제 부흥 특수를 누릴 기회가 생긴다. 아베가 부디 지금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적극 협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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