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헌 공방] 꽉 막힌 ‘改憲 드라이브’… 4월 국회 처리도 ‘안갯속’

입력 2018-04-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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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헌안 마련을 위해 여야는 연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같은 입장을 나타내며 ‘4년 연임제’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혁파를 강조하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등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與 “대통령제, 4년 연임제로… 권한 대폭 축소”=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준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개헌안은 현행 ‘5년 단임제’를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로 변경하는 권력 구조 변경안을 골자로 삼고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74조는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애초 정부는 ‘4년 중임제’를 추진하려 했지만, 최종안에는 연임제를 채택했다. 대통령 연임제는 한 번 임기를 치른 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 번 더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차기 대선에서 패하면 두 번 다시 대선에 나설 수 없다. 중임제는 차기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언제든 선거에 나설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제는 이미 우리 의식과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대통령제 유지가 타당함을 강조했다.

특히,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관련해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는 항상적 긴장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한 총리가 정당을 달리한다면 이중 권력 상태가 계속되어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 대신 대통령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기존의 권한을 내려놓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했다. 또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호선(互選)으로 바꿔 인사권을 축소하고, 국무총리 권한 강화, 감사원 독립 등을 포함했다. 아울러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과 ‘국회 동의 대상 조약범위 확대’ 등을 더했다.

◇野 “분권형 대통령제·책임 총리제 도입”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맞서 기존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 정의) 역시 대통령 연임제를 검토하되 국회 합의를 위해서 권력 구조개편을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개헌안 합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3일 확정한 자체 개헌안에서 “‘분권 대통령·책임 총리제’를 통해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개헌안엔 대통령 개헌안과 정반대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안에서 삭제된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유지하고 ‘책임총리’를 도입해 분권을 지향했다.

대신에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해 책임총리제와 함께 운영토록 했다. 이는 사실상 ‘의원내각제’ 요소를 강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성태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이번 개헌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시대적 요구와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역시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 직후 “개헌은 청와대가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 주도,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라는 3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개헌안 협상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관련해선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간은 유지하고 임기만 8년으로 늘리겠다는 시대착오적 개헌안을 내놨다”고 질타했다.

평화와 정의 노회찬 원내대표는 4일 개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연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가운데) 우선 둘 중 하나를 기본으로 정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기본으로 해 권력 분산 검토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개헌 난맥상을 해소하는 가장 큰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 다수가 원하는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면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헌은 다음 총선이나 대선으로 미루고, 지방분권 등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을 먼저 다루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원내 상황은 4월 임시국회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 원내대표들은 공개·비공개 회동을 이어가면서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양측이 개헌안에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방송법 개정안,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민생 현안이 얽히면서 국회 개헌안 협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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