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의 이슈로 묻혔던 재벌·금융개혁에 다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제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재벌 개혁이 후퇴한 것과 다른 분위기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내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김기식 전 의원과 최정표 건국대 교수를 각각 발탁하면서 정책 의지를 재차 부각시킨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시한으로 제시한 3월 말까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10곳이 개선안을 발표했다. 조만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발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강제성을 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확고한 재벌개혁으로 경제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대선 공약에서도 “촛불민심은 소수 부패권력과 재벌 1%만을 위한 기득권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삼성 등 소수 재벌만을 위한 사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는 법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및 다중장부열람권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 등 도입을 예고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과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강화도 명시했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공약을 다듬은 인사가 김상조 공정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신임 원장이다.
정부는 현재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대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올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시의무 등 주주권 행사 부담을 완화하고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의 주주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재벌개혁 정책은 장 실장을 중심 축으로, 홍 장관과 김 위원장, 김 원장 등이 3두마차 체제로 이끌고 최 원장이 뒷받침하는 구조로 갈 것이란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재벌 개혁은 경제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를 없애고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 대출 등 금융적폐를 없애고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