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전략설명회처럼… ‘플랫폼 플레이어’ 외친 정영채 NH투자證 사장

입력 2018-03-23 12:04수정 2018-03-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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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사업부 경상이익 "2년 내 3000억 만들겠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신임 사장이 23일 오전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신임 사장의 취임 프레젠테이션은 ‘플랫폼 플레이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다.

정 사장은 23일 오전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NH투자증권은 자산관리가 필요한 개인 고객에서부터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찾는 기관투자자, 재무적 고민을 가진 기업고객까지, 모두에게 최적의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플레이어가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정 사장은 직접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단순 취임식이 아닌, 회사 비전과 발전 방향에 대한 설계도를 공유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그가 준비한 자료에는 증권업과 자본시장 종사자로서의 고민도 녹아있었다. 정 사장은 “큰 틀로 봤을때 증권업이 전체적으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물론 그 박스안에 있는 숫자들이 변하긴 했지만, 증권업과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은행이 할 수 없는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정 사장은 향후 사업 계획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비유하며 “국내 대표 자본시장 플랫폼 플레이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마존에 접속하는 고객들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훌륭한 자본시장의 플랫폼이 되면 고객이 먼저 찾고, 자본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사업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딩 서비스 등 기타서비스로 돈을 번다”면서 “증권사마다 다양한 채널 사업에 대한 전략이 있지만 NH투자증권을 여러채널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CEO로서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서 자금부장, IB 부장·인수부장, 기획본부장, IB 담당 상무를 거쳐 2005년 NH투자증권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해 14년간 IB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5년 전에도 사장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 CEO가 된 것이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정 사장은 “합병 이슈가 있었던 5년 전에는 안정화가 필요했고 김원규 전 사장이 잘 해내주셨다”면서 “골드만삭스도 최근 IB사업부 대표였던 데이비드 솔로몬이 차기 사장이 된 것처럼 시기적으로 IB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그 자리에 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IB 전문가답게 IB사업부의 경상이익을 2년내 3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다짐도 했다. 또한 특정사업부가 전체 수익 비중의 40%를 넘지 않도록 다른 사업부의 균형잡힌 성장을 위해 IB를 매개로 다른 사업부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로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했다. 그는 “단기금융 보류문제는 냉정하게 판단하면 조달 채널 하나가 아직 없는것이지 떼돈 버는 수단이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인가를 받지 못해) 선점할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오히려 발행어음의 상품성 가치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정 사장의 노하우와 비전을 듣기 위해 경쟁사 임원들이 참석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이채를 띠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 경영전략 담당 임원들이 행사장 참석이 허용되는지 문의했다”면서 “IB부문에 강한 정 사장의 전략을 직접 듣고 대응책을 구상하겠다는 생각 아니겠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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