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급변하는데…강성 노조 때문에 속타는 글로벌 車업계

입력 2018-02-22 17:46수정 2018-02-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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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12만 근로자 임금인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다임러 포함 금속노조 파업으로 임금인상·탄력적 근무제 받아내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1일(현지시간)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볼프스부르크/AP뉴시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으로 가파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강성 노조에 글로벌 업체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을 당시 외신들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이 강성 노조와 인건비 부담이었다.

한국GM 노조는 21일 군산공장 폐쇄는 근로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며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GM 본사는 아직 한국에서 2개의 새로운 모델 생산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나 이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다음 단계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이달 말까지 노조,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

사실 실적 부진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전에 노조의 총파업 경고가 나온 적도 있다. 바로 지난해 말 24차 임금협상 본교섭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1월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한국GM은 유럽 내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중에도 인건비가 꾸준히 증가해 적자가 누적돼왔다. 한국GM의 지난해 임금 수준은 GM이 인수한 2002년보다 2.5배 올랐다. 특히 통상임금 확대로 총 인건비가 2010~2015년 5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강성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것이 한국GM의 일만은 아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날 약 12만 명에 달하는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근로자는 오는 5월부터 임금이 4.3% 오르며 2019년부터는 상여금이 2.3% 추가로 인상된다. 연금혜택도 확대된다.

야간 근로자,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근로자 등은 새 상여금 대신 유급휴가를 6일 연장해 공휴일 포함 매년 45일을 쉴 수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에서 약 28만6000명, 다른 나라에서는 35만 명을 고용하고 있어 이번 임금인상을 이들에게 다 적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

미국 CNN머니는 독일 폭스바겐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서 자국의 낮은 실업률과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유로 강한 협상력을 발휘했다고 풀이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다임러를 포함한 독일 서북부에 있는 700개 이상의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기업들도 이달 초 폭스바겐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현지 금속노조가 24시간 파업을 내걸면서 독일 전역 390만 명의 금속 및 엔지니어링 근로자에 대해 8%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사측이 노조의 압박에 굴복했다. 금속노조는 이달 초 다임러 등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회원사들이 오는 4월부터 임금을 4.3%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얻은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내년부터 다임러를 포함한 독일 제조업 대기업 중 상당수의 근로자가 2년간 주당 28시간의 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은 근로자는 현재 기준인 주당 35시간 대신 40시간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북부 금속노조의 협상 결과가 독일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비노조 근로자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속노조 회원사들은 일반적으로 노조원들이 받는 혜택을 비노조원들에게도 같이 적용한다.

금속노조 대변인은 “폭스바겐 근로자들에는 다임러 등에 적용한 탄력적인 근무시간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폭스바겐이 연금을 더 많이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노동자들이 더 좋은 딜(Deal)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임러와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이 가뜩이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자동차 개발열풍에 속도를 맞추고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다.

다임러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3% 증가했지만 올해는 성장세가 ‘제로(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디터 제체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유로화 강세 역풍과 지출 증가로 총 20억 유로(약 2조6583억 원)의 순익이 증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는 오는 2022년까지 100억 유로를 투자해 10종의 새로운 전기자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가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자동차 업계가 처한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터진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과 더불어 환경규제 강화로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 수요 감소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여서 자동차 업계는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는 우버와 테슬라 등 미래 분야를 놓고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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