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vs. 20세기 제조업 강자들의 엇갈린 운명…거대 기업 해체·재편, 새 화두로 부상

입력 2018-02-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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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제록스 등, 디지털 물결·단기성과주의 등에 몰락…GM, 생존을 위한 몸부림 시작

▲GE 시가총액 추이. 단위 억 달러. ※ 2001년 9월 6일 잭 웰치 CEO 퇴임·9월 7일 이멜트 취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7년 이멜트 사임.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20세기 미국을 풍미했던 대표적 제조업 강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IT 대표 기업인 아마존닷컴은 전자상거래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콘텐츠 제공과 정보기기 제조업,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오늘날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왕년의 대기업들은 씁쓸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현지시간) 아마존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엇갈린 운명을 예로 들면서 기존 거대 기업의 해체와 재편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주식은 대체로 신흥기업들에 많은 성장주와 성숙한 대기업이 주류인 가치주로 나뉜다. 아마존은 회사 규모로 보면 후자에 속하지만 인기도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70배(미국 평균은 약 20배)에 달해 성장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거대한 기업에서 스타트업 수준의 성장 여력을 기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면 한때 미국과 전 세계를 지배했던 제조업 강자들의 현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110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제록스는 일본 후지필름홀딩스로 넘어가고 말았다. 제록스는 원래 PC 원형과 ‘이더넷’이라는 통신 규격을 개발한 우수한 기술 대기업이었지만 사업을 계속 축소한 끝에 결국 독립회사로 남아있지 못하게 됐다.

GE도 마찬가지다. 제프리 이멜트 전 GE 최고경영자(CEO)는 주가 침체로 지난해 쫓겨났다. 후임은 존 플래너리는 구조조정과 함께 주력 사업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신문은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 주주들의 단기성과주의, 이런 압박에 몰린 경영자들의 조바심이 제조업 강자들의 몰락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제록스는 아날로그 명문 기업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다가 2년 전부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향 하에서 사업을 분할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는 회사 자체를 매각하기 위한 준비였다는 평가다.

GE는 사정이 좀 달랐다. 이멜트 시절부터 항공기 엔진과 전력, 철도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금융과 방송 등에서는 철수했다. 또 제조업 부문의 디지털화와 플랫폼 비즈니스화도 추진했다.

그러나 GE는 경영진의 성급한 움직임이 발목을 잡게 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마이클 웨이드 교수는 “GE는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서 일련의 전환 프로세스가 조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다”며 “이멜트가 예측했던 것만큼 시장에는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는 GE의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 바라 GM CEO가 2014년 1월 27일(현지시간) 독일 루셀스하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루셀스하임/AP뉴시스
시장의 눈은 이제 20세기 강자 중 거의 홀로 남은 제너럴모터스(GM)에 쏠리고 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우리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즉 ‘디스럽터(Disruptor)’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거대 기업의 몰락에 GM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절박함을 보이는 것이다.

GM은 차량공유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완성차 생산이 아니라 차량공유와 자율주행 등 혁신 부문이 향후 사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와세대대학의 이라야마 아키에 교수는 “기존 거대 기업의 해체와 재편이 미국 이외 다른 나라로 확산하고 모든 업종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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