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ㆍ폭소 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회견 후 문 대통령 직원식당에서 식사
기자회견 전 사회를 맡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늘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언론인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이다. 방식이 처음이라 질문자 호명 과정에서 혼선 있을 수 있다. 대통령께서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에게 질문권. ‘나도 눈 맞췄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시면 곤란하다”고 말해 주위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특히 윤 수석은 “한 가지만 질문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특히 청와대 참모진들에게도 질문이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한 청와대 참모진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농담을 던지는 모습도 보여 주위를 웃게 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시작과 함께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자 누구를 선택할지 당황한 모습도 내비쳤다. 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자 옷 색깔을 튀게 입거나 손에 수첩이나 볼펜을 들고 흔드는 정도는 애교 수준에 불과했다.
한 기자는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 “저랑 눈 마주친 것 맞죠”라고 질문해 문 대통령을 당황하게 했다. 다음 질문자로 문 대통령이 애초 눈이 마주쳤던 기자를 지목하자 주위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전에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질문했던 기자는 다른 기자들을 위해 손 드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기자단에서 양해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기자는 “제가 100일 회견 때도 질문을 드리고 이렇게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돼서 영광이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한 기자 중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댓글들에 굉장히 많은,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린다”며 “격한 표현이 있다면 지지자 분들께 어떻게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할 말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주위에 폭소가 터졌다. 문 대통령은 “담담하게 생각하고 너무 그렇게 예민할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이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일부 질문자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예도 있었고 한 외신 기자는 유창한 한국말로 문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를 한 뒤 “지금부터 영어로 질문하겠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외신 기자는 기자회견 중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소감을 올렸는데 “현재 기자회견이 75분이나 지날 정도로 오래 진행되고 있어 놀랍다”며 “전통적인 거대 매체가 아닌 많은 작은 매체나 지역 미디어가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이 회견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 환영할만한 발전이다”며 “기자들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미리 사전에 짜진 내용 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는 백악관과도 다르다”고 기자회견 분위기를 알렸다.
회견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여민관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직접 식권을 넣고 일반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직접 배식을 받는 소탈한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전 직원이 신년회견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는 취지로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