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창조경제 응원” 이유는… “상의회장·부회장 퇴진 압력받았다”

입력 2018-0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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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CJ그룹 회장 (이투데이DB)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79) CJ그룹 회장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 사퇴는 VIP 뜻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오후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05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손 회장이 2013년 7월 조 전 수석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조 전 수석은 당시 "(VIP 뜻은)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너무 늦으면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빨리 좀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필요하겠습니까"라고 재촉했다.

이 부회장이 퇴진하고 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라는 요구대로 빨리 시행하라는 뜻이다. 당시 CJ는 이재현 회장 구속,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임원 탈세 의혹 등이 겹쳐 창립 이래 최고 위기 상황이었다.

손 회장 진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VIP가 나한테 그럴 일이 있느냐"며 조 전 수석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에게 VIP 뜻이 맞냐고 거듭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재단 출연금을 내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남북통일시대 대비 문화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 교류가 활발해야 하니 기업이 도와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해서 제가 정부를 돕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CJ는 이사회 결의 없이 담당 임원 전결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13억 원을 냈다. "전경련기업이 다 출연금을 내면 금액도 많지 않고 우리도 하는게 맞지 않냐는 이야기를 회사에 전하고, 실제 지출은 해당 경영진이 최종 결정했다"는 게 손 회장 설명이다. 실제로 전경련에서 처음 요구한 25억 원은 실무진 논의 과정에서 13억 원으로 감액됐다.

손 회장은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등의 방송 광고를 극장에서 내보내게 된 이유 역시 대통령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내가 자발적으로 한 것도 있다"며 "간혹 CJ가 이런 일도 하고 있습니다 자랑삼아서 이야기했다. 단독 면담 때 이것도 같이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CJ가 좌파적 성향을 보인다"는 대통령 말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을 넘겨짚어 충성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수석 역시 VIP 뜻이라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이유가 CJ 회장 취임을 위한 것 아니겠나. 이 부회장 2선 후퇴는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재현 회장 구속 등) CJ 경영상황을 안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CJ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검찰 질문에는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녹음 사실을 알았다면 통화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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