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 배 이상 판매 늘어…열성팬의 찬사가 가장 큰 성장 원동력
디지털 시대에 ‘입소문 마케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다목적 전기 압력솥인 ‘인스턴트팟(Instant Pot)’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이 제품에 흠뻑 매료된 열성팬들의 찬사가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스마트 압력솥을 표방하는 인스턴트팟이 엄청난 혁신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올해 가정용 조리기기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NYT는 강조했다.
인스턴트팟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에 아마존과 타깃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제품에 포함됐다.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11년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씩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인스턴트팟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미국 다목적 전기 조리기기 판매 규모는 지난달까지 1년간 3억 달러(약 3264억 원) 이상으로, 전년보다 79% 급증했다.
NYT는 인스턴트팟의 인기가 열성팬들의 입소문에 따른 것이며 이는 마치 신흥종교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스턴트팟 열성팬들은 자신을 ‘팟헤즈(Potheads)’로 칭하며 이 기기가 냄비요리와 압력솥 요리, 요구르트와 치즈케이크 만들기 등 거의 모든 요리방법에 사용될 수 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갖 찬사를 보내는 등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마존의 인스턴트팟 페이지에는 2만5000개 이상의 리뷰가 달려 있다. 그 중 한 리뷰는 “인스턴트팟은 역사상 존재했던 주방기기들 중 최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제품의 페이스북 그룹 회원 수는 85만 명이 넘는다.
인스턴트팟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 제품을 발명한 로버트 왕(53)은 “지금까지 나온 인스턴트팟 요리책이 1500종이 넘는다”며 “그 중 몇 종은 현재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명단에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기업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소비자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입소문이라는 점을 인스턴트팟이 입증한 셈이다.
인스턴트팟의 종업원 수는 약 50명에 불과하다. 외부 벤처캐피털의 자금지원과 광고비 지출이 없는 상황에서 인스턴트팟은 오직 입소문의 힘으로 이런 성과를 일궈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로버트 왕은 컴퓨터 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공지능(AI) 전문가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신이 세운 모바일 메시징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그는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 너무 바빠서 가족을 위해 건강한 식사를 요리할 틈이 없었던 경험이 더욱 쉽고 편리한 압력솥이라는 아이디어로 연결됐다. 다양한 요리를 하나의 압력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왕은 2009년 엔지니어 2명과 함께 인스턴트팟을 세웠으며 2010년 10월 아마존에 첫 제품을 내놓았다. 그는 “처음에 우리 제품을 매입한 고객은 가족과 친구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내 왕 CEO는 ‘입소문 마케팅’의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마존 내 요리 작가들, 특히 채식주의자와 원시인 다이어트 추종자들이 콩 요리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인스턴트팟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인스턴트팟은 약 200명의 요리사와 요리 강사, 식품 블로거 등에게 제품을 보냈으며 이들의 리뷰와 요리법 등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존을 제대로 활용한 것도 성공비결로 꼽히고 있다. 인스턴트팟은 창업 초기부터 아마존의 원스톱 주문처리 서비스인 ‘FBA(Fulfillment By Amazon)’에 가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제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물류를 책임지는 서비스다. 현재 인스턴트팟 판매의 90% 이상이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