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재선거 회피에 총력...30일 슐츠와 회동 ‘대연정 담판’

입력 2017-11-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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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선거 회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와 만나 대연정을 포함해 차기 정부 수립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이는 연정 협상 결렬 이후 혼란에 빠진 독일 정국에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연정 협의가 잘못돼 재선거를 한다는 건 착각이다.” 지금까지 재선거도 불사할 태세였던 메르켈 총리가 25일 손바닥 뒤집 듯 이렇게 단언했다. “빨리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말하며, 30일 예정된 슐츠와의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3당 연립 협의 결렬에 재선거 관측이 높아지던 독일 정치권의 공기가 갑자기 바뀌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 마이어 대통령의 중재에서 대연정을 거부했던 사회민주당 슐츠 대표가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 응할 의향을 표명한 것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 · 기독사회당(CDU · CSU)이 재선거만은 피하고 싶어한다는 관측이 퍼지기 시작했다.

슐츠의 방침 전환의 이면에는 메르켈 총리가 내세운 하나의 ‘도박’이 있다. 메르켈은 지난 20일 “소수 여당 정권보다 재선거가 더 좋은 길이다”라며 SPD가 연정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재선거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재선거를 하게 되면, 자신의 총리 4선도 위태롭게 되지만 연정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는 SPD도 위태롭다.

이에 동요한 것이 SPD다. 메르켈의 발언 다음날 당내 보수파뿐만 아니라 재선거를 하면 낙선 위험이 있는 의원 등이 나서 재선거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연정 협의를 완고하게 거절했던 슐츠 당수에 대한 비판도 분출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그로서는 메르켈과의 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주효한 것으로 보인 메르켈의 도박이라도 30일 당수 회담을 계기로 대연정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SPD는 지금까지 CDU · CSU과 대연정을 이뤄왔지만, 이를 위해 당의 독자적인 색깔을 내세우기 어려워 9월 의회 선거 참패를 자초했다는 견해가 강하기 때문이다.

입각 가능성이 있는 간부와 재선거를 두려워하는 일부 의원은 대연정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는 일단 하야하고 당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슐츠는 정권에 들어갈 경우 당원 투표에 거는 대연정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어도 최종 국면에서 기울어질 위험은 남아있다.

SPD 내에서 대연정도 재선거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되면, CDU · CSU를 축으로 한 소수 여당 정권의 용인 정도 밖에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전후 독일 정치를 지탱해 온 양대 정당 중 하나인 SPD는 최후엔 대연정의 형태로 책임을 맡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다만 만일 협의가 지지부진하게 끝나면 메르켈은 실패를 두 번 반복하게 돼 비난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메르켈의 총리 4선에의 여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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