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시다시피 본래 중앙은행이 설립되게 된 배경은 통화정책의 수행보다는 지급결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중세 이후 중앙은행 제도의 기원이 된 이탈리아 리알토 은행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은행도 근대 시장경제의 태동 과정에서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극심한 은행위기를 겪은 후 1913년 설립된 미국의 연준도 출범 당시의 주된 책무는 물가나 고용의 안정이 아닌 금융안정에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물가안정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통화정책 체계가 정립된 것은 비교적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오일쇼크로 급격한 물가상승이 야기된 70년대 말 이후입니다. 중앙은행 기능의 변천사를 돌이켜 보면, 대규모 금융위기의 발생으로 최종대부자 기능이 부각되면서 금융안정 목적이 강조되다가, 위기 수습과정에서 규제감독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된 기간에는 물가와 실물경기 안정이 강조되고, 거시경제 안정과 규제 완화를 배경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면서 다시 위기가 발생하면 금융안정기능이 재차 부각되는 순환과정을 겪으면서 중앙은행 기능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학계의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이 물가안정과 실물경기 안정, 그리고 금융안정이라는 세 정책목적 중 무엇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이론연구와 실증분석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현재 주요국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골간이 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도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기능이 부각되면서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비로소 학문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이후 물가안정목표제는 금융과 실물의 분리대응원칙(Separation Principle), 그리고 뉴케인지언 통화론의 ‘신성한 우연’(Divine Coincidence) 가설을 배경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분리대응원칙이란 금융안정은 금융규제와 건전성 감독을 통해 유지하고 통화정책은 물가와 실물경제의 안정에 주력하는 분리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로서,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실물경기순환에 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전통적 거시경제 이론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위기 이전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거품과 같은 금융불균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와 관련한 소위 ‘Lean vs. Clean’ 논쟁에서 그린스펀, 버냉키 등이 견지했던 견해가 바로 이러한 분리적 접근론입니다. 그린스펀은 자산시장의 거품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산가격이 사후에 40% 이상 하락하면 버블”이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사전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요. 주로 주식, 부동산 등 국지적으로 발생하며 사전에 버블인지 알 수도 없는 금융불균형에 금리라는 크고 무딘 칼로 대응하기보다는, 통화정책이 거품 붕괴 후의 경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다음으로 고용과 생산 등 실물경기와 물가안정 목적의 상충 가능성 문제는 통화당국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에 안정시킴으로써 잠재수준의 성장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설, 즉 ‘신성한 우연’이 그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비록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주력한다 하더라도 물가와 성장 간의 안정적 관계 즉 필립스 커브를 바탕으로 이러한 ‘신성한 우연’의 원리가 작동함으로써 통화당국은 실물경기 안정과의 상충관계에 직면하지 않으며, 따라서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노동시장의 명목 경직성이나 상품시장의 실질 경직성이 실재하는 보다 현실적인 가정 하에서는 이러한 ‘신성한 우연’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통화당국은 종종 물가와 성장 간의 상충관계에 직면하게 되며, 따라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보다 신축적인 형태의 물가안정목표제, 즉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어 있으며 중기적으로 물가목표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단기적으로 성장이나 고용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운영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두 원칙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신뢰가 도전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선 물가나 실물경제의 안정이 궁극적으로 금융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금융부문의 불균형이 거시경제의 안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자명해졌습니다. 나아가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이 자칫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거시경제의 안정과 금융안정 간의 분리적 접근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비합리적 투자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의한 주식 등 금융자산 거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금융기관의 급속한 신용팽창을 수반하는 신용거품에는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통화정책이 위험선호경로 등을 통해 금융불균형과 내생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궁극적으로 물가와 재원배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안정이 주요 정책목적으로 다시 부상하는 가운데, 거시경제적으로도 물가와 실물경기 간의 관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위험은 가시화되지 않았으며, 반대로 최근 실물경기의 뚜렷한 회복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필립스 커브의 평탄화 혹은 실종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이러한 물가와 실물경기 간의 괴리로 말미암아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필립스 커브가 복원되면서 ‘신성한 우연’이 달성될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정책 시계 내에서 이와 같은 괴리가 지속된다면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을 보유한 통화당국은 실물경기와 물가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저물가, 저성장에 대응하여 완화적 통화기조를 지속해 온 중앙은행들은 점증하는 금융안정 위험을 더 이상 도외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책수단은 하나인데 세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형국이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다수의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같은 수만큼의 독립적인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틴버겐의 법칙’은 통화당국이 상충되는 복수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 하다가 자칫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안정의 달성에 있어 중앙은행과 재정당국, 금융감독기구 등 정책기관 간 책무를 명확히 하고, 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협력과 견제를 통한 최적의 정책수행이 가능토록 거버넌스 구조를 정립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책무와 통화정책 수단은 비교적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만, 금융안정과 관련하여 중앙은행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며 어떠한 정책수단을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대내외적으로 합의된 결론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의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리면, 우선 금융안정의 달성은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차적인 방어기제가 되어야 합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불균형이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는 모든 경제부문과 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무차별적 수단이며, 따라서 특정부문에 대한 대응이 경제 전반에 걸쳐 과도한 비용과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은 고유의 통화정책 수행과는 별도로 이러한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에 주요한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중앙은행은 유사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사후적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사전적으로도 실물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금융순환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를 판단하는데 적합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외에 금융안정기능의 수행을 위한 별도의 정책수단을 보유해야 할까요? 70년대 말 이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적에 집중하게 되면서 과거 보유했던 금융안정 관련 수단들은 시장경쟁의 왜곡 가능성으로 인해 대부분 폐기되었으며, 지금은 금리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을 위한 사전적 정책수단을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존재합니다. 중앙은행이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보유하는 경우 기존 감독기구와의 중복 규제로 인해 비효율이 발생하며, 아울러 정치적 압력 노출이 불가피하여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중앙은행의 거시금융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야말로 효율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행에 긴요하다는 찬성론도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영국의 경우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기능을 제외한 거시건전성 정책기구와 미시건전성 감독기구를 영란은행으로 통합한 바 있습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의 양대 운용목표 중 하나인 금융시스템의 횡단면적 상호의존성 관리와 자본적정성 규제는 지금과 같이 금융감독기구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시계열적 측면에서 금융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LTV, DTI,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등과 같은 규제는 실물경기 순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통화정책과도 긴밀한 연계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간의 협의채널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나아가 중앙은행 고유의 정책수단인 지급준비금 제도를 금융의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으로 확대 개편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정책수단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우리 한국은행이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 즉 전체 금융시스템의 관점에서 금융안정 위험을 분석·평가하고 이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금융안정 위험의 선제적이며 객관적인 평가와 이에 기초한 조기경보 기능이야말로 대내외 거시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중앙은행과 감독기구 간 건전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토록 하는 것은 금융안정을 담보하기 위한 효율적인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금통위 본 회의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심도 있게 점검하고 있으며, 보다 내실 있는 금융안정보고서를 생산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안정의 일차적 방어기제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물가와 실물경기 안정만을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금융불균형의 조기 포착이 쉽지 않을뿐더러 쉐도우뱅킹(shadow banking) 등 거시건전성 규제 영역 외에서 위험이 축적될 수 있고, 이해상충과 정치경제적 고려 등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통화정책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비록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운용되는 경우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성향이 변화하고 금융불균형이 내생적으로 축적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통화당국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행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본연의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서도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안정 간 발생할 수 있는 상충성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명시적으로 금융안정을 고려하게 되면 인플레이션 목표의 달성이 지연될 수 있으며, 이는 통화정책의 신뢰성 저하와 기대인플레이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금융안정 중시 통화정책 운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인 상황입니다. 예컨대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바 있는 스웨덴 중앙은행의 경우, 이러한 정책이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하락을 유발하였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가계부채 위험을 안정시켜 이후 보다 유연한 물가 및 실물경기 대응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국의 경험을 종합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 하기 보다는 두 목적 간의 상충관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할까요. 금융안정 목적의 부상이 물가안정목표제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존의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금융안정 위험을 보다 체계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책무가 단기적으로 상충되는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2∼3년으로 설정된 물가안정목표제의 시계를 확장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금융불균형이 장기간 축적되고 금융위기의 여파도 장기에 걸쳐 거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 시계의 확장은 실물경기순환에 비해 보다 긴 주기를 보이는 금융순환의 팽창과 수축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참고로 북유럽 중앙은행들의 경우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위기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물가 및 성장경로를 보완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전통적인 통화정책 프레임웍 하에서 널리 활용되는 주요 준거지표들의 추정에 있어 금융순환의 영향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반응함수로서 테일러 준칙을 상정해 본다면, 먼저 실질중립금리와 생산갭의 추정에 있어 금융순환의 영향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에 있습니다만 이 슬라이드를 보시면 지난번 기자간담회 때 신인석 위원님께서 보여주신 준칙금리 산정식에서 마지막 세 번째에 있는 텀이 금융불안정을 고려하기 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요. 앞에서 보시는 r*가 실질중립금리고 그 다음에 인플레이션갭, 그 다음에 생산갭, 이렇게 들어가는 것이 전통적인 테일러 준칙입니다. 여기서 보시는 바와 같이 먼저 r*, 실질중립금리와 생산갭, y-y* 이 지표의 추정에 있어서 금융순환의 영향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작년 기자간담회 때 제가 부동산경기, 금융순환 등의 영향을 배제하고 본 금융중립적 잠재성장률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러한 금융중립적 잠재성장률에 상응하는 금융중립적 실질중립금리와 금융중립적 생산갭을 기존 테일러 준칙에 적용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울러 주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신용증가율과 레버리지, 신용스프레드 등 다양한 금융불균형 지표를 물가갭과 생산갭에 추가하여 준칙금리를 산정하는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의 손실함수에 금융불균형 정도를 추가하여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한 적정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예컨대 북유럽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 상황을 명시적으로 고려한 예상 적정금리 경로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표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은행도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 이러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금융안정 위험을 체계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갈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운영으로 인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유념할 것입니다.
이제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를 토대로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조명하면서 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국내에서도 물가와 성장 간의 관계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점증하는 대내외 금융안정 리스크로 통화정책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와 같은 개방신흥국의 통화금융 여건은 글로벌 유동성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 받고 있습니다. 주요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확장적 글로벌 금융순환이 자본유입과 장기채 금리 동조화 등을 통해 국내 부동산 및 금융시장 여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확장적 금융순환에 의해 실질중립금리가 금융중립적 실질중립금리보다 낮아지는 경우, 물가목표의 달성을 위한 완화적 통화기조 유지가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위험이 한층 높아지게 되므로 더욱 신중한 정책운영이 요구됩니다. 특히 최근 금융시스템의 부동산 익스포우저(exposure)가 빠르게 확대되어 온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과 더불어 신용의 쏠림현상 완화를 통해 금융중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금융안정 뿐 아니라 거시경제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급한 현안과제라 할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GDP갭도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완화 정도가 미흡한 가운데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되면서 통화정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가계부문의 부채위험이 확대되었습니다. 금통위에서도 누차 강조했던 바와 같이, 그간 보다 적절한 정책조합은 재정과 통화정책의 균형 있는 완화와 더불어 가계부채의 관리를 위한 선제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 전환과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종합대책 시행은 다소 때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내외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순환도 점차 긴축화 되면 글로벌 중립금리의 상승과 더불어 국내 실질중립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고령화, 생산성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장기 자연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 있어 중기 시계에서 볼 때 통화완화의 조정경로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속도는 민간소비의 회복세와 기조적 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될 것입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금융여건의 조정과정에 대비하여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상 제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