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移通 3사 “공정경쟁 계기” vs 科技部 “부작용 우려”

입력 2017-11-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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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와 단말기(휴대폰)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입장을 보류했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시행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 통신비 인하 이슈까지 겹치면서 완전자급제 도입이 곧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공식까지 나왔다. 다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30년간 굳어진 국내 통신 서비스 시장을 뿌리째 바꿀 수 있는 만큼 일부에선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통사 3사 CEO 모두 ‘오케이’ = 지난달 31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찌감치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던 SK텔레콤과 달리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확답을 피했다.

황 회장은 “(완전자급제는) 좋은 발상이라 본다”면서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각각의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점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권 부회장도 “완전자급제가 (이통서비스만으로)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동조했다.

시장 1위 업체인 SK텔레콤은 줄곧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과 권 부회장에 앞서 지난달 12일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언했다. 특히 “통신비 인하에 대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건전한 유통생태계를 위해 제도적인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유통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이통 3사가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자세를 드러내면서 입법 기관인 국회도 바빠졌다. 현재 국회에는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이 3건이나 발의돼 있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 박홍근 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를 했다. 올 연말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관련업계, 학계, 소비자, 전문가 등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해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완전자급제가 도입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사반대하는 과기정통부는… 여론몰이했다가 망신만 = 과기정통부는 완전자급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용자 편익 축소인데 속사정은 좀 다르다. 국회 쪽에서는 과기정통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규제권 축소를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선택약정할인율 조정 권한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통신 시장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시장경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정부 규제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우려는 과기정통부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국회의원들에게 비공개로 보낸 완전자급제 검토 보고서와 거의 같은 내용이 일부 언론매체에 실렸다며 ‘완전자급제 시행 시 부작용이 즉각 나타나며 효과는 불확실하다’, ‘단말기 가격은 인하되지 않고 고객 부담이 증가한다’ 등 완전자급제에 부정적인 내용이 주로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자급제를 하면 통신 시장이 곧 망할 것 같은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의원들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김용수 2차관과 실무진은 지난달 24~25일 과기정위 일부 의원실을 방문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검토’라는 문건을 전달하고 내용을 설명했다. 문건에는 완전자급제 도입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내용은 비슷한데 내부에서 (유포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며 “자급제 도입 발생 시 모르는 부작용 우려를 개괄적으로 보고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관의 상관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러한 표현에 대해 “좀 지나치게 갔다고 인정하겠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효과 있을까? = 완전자급제 도입 효과로 법을 발의한 의원들이 주장한 통신비 인하 추정액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액수다. 자급제를 지지하는 쪽에선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면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반대 입장에선 허황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통사들조차 의견이 달라 사회적 합의체에서 토론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이통사들이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금제 경쟁에 쓰면 4조300억 원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제조사 간 경쟁 촉진으로 단말기 출고가격이 하락해 연간 최대 4조 원, 알뜰폰 활성화로 1조4900억 원을 추가 절감, 최대 9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자급제를 반대하는 유통협회에선 억지 논리라며 맞서고 있다. 국내 총단말기 판매 연간이익 추정 금액이 8200억 원 수준인데, 4조 원 절약은 말이 안 된다는 것.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 가입이 분리되면 시장이 투명해지고 단말기 간 경쟁으로 가격이 인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휴대폰 대리점을 대표하는 협회는 두 건의 법안이 불완전한 법안이고 자급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기대효과가 허상이며 실효성 검증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불과 일주일 만에 추가입법 발의를 감행함으로써 졸속 입법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통신비 인하 시민연대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조만간 과기정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통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전·현직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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