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사고과’까지 손보는 ‘親勞정부’

입력 2017-11-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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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실적 위주 평가 KPI 개편…官治 논란 불러올수도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정책 기조에 편승해 은행원의 인사고과 평가 척도가 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핵심지표로 직원들의 인사고과 등 성과평가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통상 매년 초 KPI를 기초로 지점과 본부급에 집단 성과급이 지급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단기 실적과 상품 판매 성과 중심인 은행권의 KPI의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KPI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의 이익보다는 단기적 영업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도록 설계됐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상품관리 유지 및 소비자보호 등에 배점을 확대하고,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KPI 개편안 과제 수행을 완료하고,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를 거치고 공청회를 통해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단기 실적 위주의 KPI 탓에 역마진 출혈경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개편안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번 과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잘못된 KPI 체계를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서 “최종 개편안이 마무리되면, 공청회를 통해 은행권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KPI가 각 은행마다 특성에 맞춘 자율경영 영역으로 인위적 개편 작업이 자칫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KPI는 은행 자율성과 책임성에 의거하고 있고, 은행 경영의 핵심인 만큼 금융당국이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KPI 개편은 제도의 무력화를 초래, 은행 내부의 경쟁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은행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은행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은 KPI를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공공성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익성 중심인 KPI가 은행원들의 과당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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