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 연말로 예정됐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기한이 내년 1분기까지 연장됐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측의 일부 제안에 캐나다와 멕시코 측이 거부 의사를 나타내는 등 난항이 거듭된 영향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4차 나프타 협상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3개국 협상 대표는 상호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협상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는 뜻을 밝혔다. 3국 대표는 내달 17일부터 21일까지 멕시코에서 5차 회의를 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나프타 재협상은 지난 8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날까지 4차에 걸쳐 협상이 진행됐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3국 대표 모두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공동 성명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려진) 새로운 제안들이 도전을 불러일으켰고 협상 대표들은 당사자 간의 개념적인 차이를 논의했다”면서 “협상 대표들은 이러한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공동성명과 별도로 취재진에게 “변화에 대한 저항에 대해 놀랐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협상 대표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과하르도 멕시코 장관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고, 프리랜드 캐나다 장관은 미국 측의 제안과 관련해 “승자(winner)가 다 가져간다는 생각”이라면서 일부 제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협상은 자동차와 항공기 낙농업 부문에서 미국 측의 요구로 인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측이 요구한 ‘선셋’조항에 대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강력히 거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선셋 조항은 당사국들이 정기적으로 협정 연장을 결의하지 않을 경우 협정이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을 말한다.
이날 나프타 재협상 기한이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가치는 1% 넘게 올랐다. 캐나다 달러 역시 달러당 가치가 0.2% 올랐다. 나프타가 곧 폐기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이들 통화의 강세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