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구·오석태·최석원, 글로벌 금리 상승에 금리 느린 속도로 오를 것..장기금리는 제자리
최근 부동산시장 활황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라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등 칼을 빼든 상황이다. 반면 최근 불거진 대북 리스크는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얽히고설킨 대내외 환경 속에서 시장금리 향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상좌담형식으로 엮는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느린 속도로 오를 것으로 봤다. 미국 연준(Fed)의 정책금리 인상과 자산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리 상승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침체 가능성이 재부각할 가능성도 높아 장기물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Fed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한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외에도 경제상황, 대규모 재정적자 가능성, 외국인 자금 유출입, 북핵 등은 향후 금리와 관련해 주목할 변수로 꼽았다.
◇미 연준(Fed)이 12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영란은행(BOE)도 긴축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완전히 돌아섰나?
-김일구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김) = 6월말 국제결제은행(BIS) 연차 총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 이상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자산시장 버블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데 많은 중앙은행들이 공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을 정도다. 그 사이 캐나다가 금리를 올렸고, 영국 금리인상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 본부장(이하 오) =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완전하게’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최) = 방향성 측면에서 과거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나 정도에 있어서는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긴축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연준의 자산축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 = 미국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선언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다. 이번 조치로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간 금리차가 30bp(1bp=0.01%포인트) 정도 확대될 것이다.
-김 = 자산축소는 연준의 특별대책으로 봐야 한다. 6개월에서 1년쯤 지나면 시장이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다.
-최 = 더 늦기 전에 자산축소를 통해 자산가격 상승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자산축소 속도 역시 느릴 것이며, 따라서 자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크지 않을 것이다.
◇매파적이었던 9월 연준 회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연준의 소통 노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완화기조를 반영했던 시장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까?
-최 = 연준의 소통은 기본적으로 ‘기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시장은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이나 미래 수익의 할인 정도 등을 반영하므로, 금리 인상이나 자산 축소가 꾸준하게 진행돼 누적되면 결국 그에 맞는 반응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금리 수준도 낮고, 자산 축소 규모도 작기 때문에 내년 정도까지는 연준의 소통 노력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오 = 적어도 채권이나 외환시장만 놓고 보면 연준의 소통은 실패했다. 무엇보다 내년과 2019년도 장기 정책금리 예상에 대한 점도표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가격과 반대인 금리의 대세하락기는 끝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시장금리는 오르지 않았는데 이유는.
-최 =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늪에 빠진 것이 시장금리의 절대 수준을 낮게 한 이유다. 또 국채 발행잔액의 15% 이상을 연준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도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오 = 표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근원인플레이션의 예기치 못한 하락도 원인이다.
-김 = 연준이 금리를 올렸지만 그렇다고 긴축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금리는 높이되 경제나 자산시장이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연말 미국이 금리인상(1.00~1.25%→1.25~1.50%)을 단행하면 한은 기준금리(1.25%)와 역전된다.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오 = 자본 유출입은 단순한 금리차 보다는 여러 펀더멘털’ 요소 및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분위기’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
-김 = 미국이 금리를 올릴 정도로 경제가 좋은 반면, 우리 경제는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기다보면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겠다. 결국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낳는 것은 ‘(경제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냐’의 문제다.
-최 = 외국인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원화국채를 사는 경우는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서 이자율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 환차익이 기대되는 경우 △이자율 차이와 무관하게 자산의 통화별 다변화를 위해 원화국채를 사는 경우 △벤치마크 내에 원화국채 비중을 유지해야 할 경우 등이다. 금리 차이에 민감한 일부 자금은 이탈할 우려가 있으나 대규모 자본유출을 우려하진 않는다.
◇최근 청와대에서 1.25%인 한은 기준금리 수준을 너무 낮다고 언급한 바 있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일부 금통위원들은 현 기준금리가 소위 중립금리를 하회하고 있다고 봤다. 현 경제 상황에서 중립금리 수준은?
-최 =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은 미국처럼 2%를 조금 하회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중립금리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의문이다. 성장잠재력과 함께 중립금리 수준 역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 세상에 ‘중립적인 금리’는 없다. 경기침체가 오면 너무 올린 것이고, 내렸는데 투기가 만연하면 너무 내린 것이다. 그린스펀은 예전에 그렇게 접근했다.
◇한은은 경기와 물가,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에 따른 금융불균형 사이에서 정책금리 조정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한은 스탠스지만 현 상황에서 어느 쪽에 좀 더 방점을 둬야하나?
-오 = 언제나 그러했듯 한은은 경기를 가장 중시할 것이다.
-김 = 경기, 물가, 가계부채가 금리인상에 따라 어떻게 반응할지 우리에게 반응함수식이 없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베이비 스텝을 강조했는데, 한 번에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금리를 올리면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한 후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하곤 했다.
-최 = 조금씩 금리를 올리는 것이 위험관리 측면에서는 낫다. 우선 소비와 투자, 물가의 금리 민감도가 낮아졌다. 또, 가계부채의 소득분위별 분포가 나쁘지 않다. 느린 금리 인상은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저금리 장기화는 결국 저소득층 부채 증가로 이어져 전체 부채 분포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언제쯤 이뤄질까?
-최 = 미국 금리 인상 이후로 본다. 내년 상반기 논란이 많을 것이며 1회 정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이후 인상 스케줄 역시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릴 것이다. 현재 위험 고리는 대외적으로는 북핵과 대중국 갈등,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다. 두 가지 모두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김 = 경제가 안정되는 것을 확인한 후인 내년 봄 한차례 인상을 예상한다. 시장금리는 단기쪽은 당연히 따라 오르겠지만 장기쪽은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오 = 2020년까지 한은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년 4분기(10~12월) 25bp 인하를 예상한다. 국채 금리는 미국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앙은행 금리정책 외에도 향후 시장금리 변화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최 = 결국 경제상황과 대규모 재정적자 가능성, 외국인 투자자의 유출입 등일 것이다. 다만 현상황에서 금리를 움직일 주된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국내 금리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느린 속도로 오를 것이다.
-김 = 북한 문제가 크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와 기업투자, 소비심리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오 = 한국의 펀더멘털이 중요하겠지만 해외 특히 미국의 채권시장 동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미국 등 해외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한국 시장금리도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