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vs. 미국 비자전쟁에 터키 금융시장 ‘출렁’

입력 2017-1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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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P뉴시스

터키와 미국이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사이가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영향으로 터키의 증시와 리라화 가치가 출렁였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 대비 터키 리라 가치는 이날 저녁 3.1% 하락해 3.73리라를 나타냈다. 달러·리라 환율은 장중 8개월 내 최고치인 3.8352리라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수개월간 상승세를 기록하던 터키증시 대표 지수인 BIS100지수는 이날 2.7% 급락했다. 10년 물 터키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터키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터키의 모든 미국 외교시설에서 비(非)이민 비자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의 미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체포된 것이 사건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메틴 토푸즈라는 이 직원은 재미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 조직과 연계된 의혹을 받아 지난 4일 터키 당국에 체포됐다. 미 당국은 총영사관 직원의 체포가 미국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터키 친정부 언론사가 해당 대사관 직원과 터키에서 추방당한 수백 명의 검사와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더 커졌다. 이들 검찰은 지난 2013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를 진행했었다.

미국 대사관의 비자 발급 중단 발표가 나오자 터키 정부도 똑같은 조치로 맞대응에 나섰다. 터키 정부는 이날 미국 측에 비자발급 중단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미국의 외교 마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계 컨설팅업체인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볼프강 피콜리는 “단기간 안에 양국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으나 양국 간의 근본적인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터키 내부의 높은 반미 감정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 대사관 직원을 체포 결정을 바로 취소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국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터키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터키와 미국 간의 교역량은 유럽연합과 터키 사이의 교역량보다 훨씬 작지만, 미국과의 불화는 터키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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