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남 마지막 말은 “눈이 흐릿하다, 볼 수가 없다”…말레이시아서 재판 진행

입력 2017-10-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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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최후의 순간 상세히 공개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생전 모습. AP뉴시스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치명적인 VX 신경가스 공격을 받아 사망한 김정남 건과 관련해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정남 최후의 순간이 상세히 공개됐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전날 말레이시아 법원에는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두 명의 여성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 김정남이 공격을 받고 나서 2주 후 말레이시아 정부 병리학자에 의해 작성된 11페이지의 부검 보고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보고서는 인체 내 조성된 물질과 피부와 눈, 의복에 남은 흔적 등을 조사한 실험실 결과를 인용해 김정남이 VX에 중독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실에서는 김정남의 눈과 얼굴에서 채취한 점액 샘플과 혈액, 소변 등에서 VX 신경제와 그 분해물을 검출했다. 셔츠와 재킷에서는 VX 전구체가 발견됐다. 전구체는 독성이 덜하지만 다른 물질과 결합해 치명적인 VX를 형성한다.

사실상 망명 상태였던 김정남은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 여성 2명의 공격을 받고 나서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이 여성들이 북한인의 지시를 받아 김정남을 VX에 노출시켰다고 말해왔다. VX는 유엔에 의해 대량파괴무기로 명명된 치명적인 화학무기다.

북한은 김정남 살인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두 여성의 변호인들도 전날 재판에서 피고들은 단지 TV 몰래카메라 쇼를 찍는 줄 알았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만일 유죄가 인정되면 두 여성은 사형을 받을 수 있다.

김정남이 죽기 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재판에서 상세하게 공개됐다. 혼잡한 출국장에서 공격을 받은 직후 김정남은 정보 데스크 근처에서 공항 직원들의 도움을 구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공항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남은 두 명의 여성이 방금 얼굴을 닦았다고 영어로 말했으며 손은 떨리고 있었다.

김정남을 공항 내 진료소로 데려다 준 경찰관은 “그가 천천히 걷자며 눈이 흐릿해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얼굴에 액체가 있었지만 걷는 동안에는 정상적으로 보였다. 진료소에 들어가서 김정남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진료소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곳에서 한 시간가량 있으면서 발작하고 침을 흘리면서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김정남을 치료한 진료소 의사는 얼굴이 붉고 땀을 많이 흘렸으며 구토와 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다가 의식을 잃고 혈압이 떨어졌다. 이후 김정남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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