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익명 메신저 앱, 미국 10대들에게 인기 끄는 비결은?

입력 2017-09-28 09:3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평가 알 수 있다는 점에 10대들 열광…사용자 수 9500만 명 달해

▲사우디 익명 메신저 앱 사라하의 주요 시장. 왼쪽: 아이폰 / 오른쪽: 안드로이드.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사라하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스타트업이 기업고객을 겨냥해 개발한 익명 메신저 앱 ‘사라하(Sarahah)’가 최근 미국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라하는 지난 6월 무료 앱 버전을 배포하기 시작한 이후 수주 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이 됐다. 현재 등록 사용자 수는 9500만 명에 달하고 미국이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아랍어로 ‘솔직함’이라는 의미의 사라하는 당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꺼려하는 사우디의 기업문화를 고려해 직원들이 익명으로 솔직하게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미국 10대들이 사라하의 익명성에 주목하면서 애초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사라하 사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익명으로 평가를 내리거나 코멘트를 달 수 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스냅챗이 자사 경쟁사가 될 수 있는 사라하에 성공 기회를 제공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사라하에 달린 자신에 대한 재미있는 평가글을 스냅챗에 링크로 건 것이다.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한 14세 소년은 “이달 초 스냅챗에 내 프로필 링크를 걸고 나서 약 500개에 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중에는 유쾌한 내용도 있고 거친 글도 담겼다”고 말했다.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자신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것에 10대들이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익명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사라하도 인종차별과 왕따를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사라하는 필터와 특정 사용자 차단 기능을 도입하는 등 부작용을 줄이려 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대기업 아람코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자인 알-아비딘 타우피크가 사라하를 만들었다. 그는 아람코에서 감독자들이 부하직원의 솔직한 피드백에 혜택을 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아랍은 연장자들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여서 일터에서 직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에 타우피크는 회사 내 카페에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앱을 만들었다. 사라하를 설립했지만 아직 아람코에서 퇴사하지는 않았으며 현재 휴가 중이다.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라 사라하도 현재의 높은 인기를 수익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타우피크는 원래 목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더 많은 유료고객을 확보하려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