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와 함께 2조 엔(약 20조1774억원) 규모에 달하는 새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든다. 이는 북핵 리스크 반사작용으로 지지율 회복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과 개헌을 위한 포석 깔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 중의원 해산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조기 총선 투표일은 내달 22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회담을 하고 중의원 해산방침을 공식 전달했다.
또한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10월 시행 예정인 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세수 일부의 사용처를 국가 채무상환이 아닌 교육 무상화 등으로 돌리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즉 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증수분으로 2018년부터 3년간 교육·육아 분야에 지출할 예산을 2조 엔으로 늘리는 것이 새 경기부양책의 골자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총리가 이날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고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증세분의 용도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 무상화나 육아지원 등 2조 엔 규모의 새 경기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할 것을 관계장관에게 지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이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 기초체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면 5조 엔대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증수분 중 4조 엔을 국가 채무상환에 쓰고 나머지 약 1조 엔을 사회보장 확대에 쓸 방침이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은 원내 제1당을 대표를 겸하는 총리의 권한으로 통한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이 선거에서 현 집권당이 제1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총리의 국정운영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된다. 그간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베 총리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일본 내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자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아베 총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발 빠른 외교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자민당의 중의원 선고 공약에 헌법개정과 북핵 리스크 대응방침, 경기부양책 이른바 ‘아베노믹스’ 가속화 등의 방침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