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 떼려 안간힘...이유는?

입력 2017-09-22 09:25수정 2017-09-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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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시장의 관심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으로 날아간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에 쏠렸다. 궈 회장은 이날 위스콘신 주에 100억 달러(약 11조3400억원)라는 거액을 투자해 대규모 공장을 건설, 1만30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외 기업에 미국 투자를 으름장 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눈치 보기’투자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궈 회장의 계산된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아이폰 제조 하청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궈 회장의 대규모 해외 생산기지 건설 공약은 미국이 처음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폭스콘이 6년 전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조건으로 투자를 약속했던 사실에 주목했다. 폭스콘은 6년 전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도시 이투(Itu)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해 이 지역에 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브라질 경기 침체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정국 혼란 등으로 당초 브라질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세금 감면 방안이 흐지부지됐고 이후 폭스콘은 미국행을 결정한 것이다.

폭스콘이 이처럼 중국 밖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느라 부심하는 이유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폭스콘의 전체 인력 110만 명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육박한다. 폭스콘은 현재 선전 본사에서 애플의 맥과 주요 고객사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충칭, 청두, 정저우 등 중국 곳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아이폰과 PC 등 각종 전자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관련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신경전이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이 자칫 중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거나 무역제재에 나선다면 폭스콘의 ‘메이드 인 차이나’제품의 발이 묶이게 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내 인건비가 점점 올라가면서 중국 생산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폭스콘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이에 폭스콘은 2009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를 포함해 아시아 곳곳에 제조라인을 건설해 중국의 생산라인을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체코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멕시코에도 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과 수출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NYT는 폭스콘의 해외 생산라인 건설과 투자가 해당 국가와 폭스콘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폭스콘은 해당 지자체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요구, 이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폭스콘은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과 각종 지원정책으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위스콘신 투자의 경우도 거액의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진행됐다. 지난 18일 위스콘신 주 스콧 워커 주지사는 폭스콘에 대한 30억 달러의 세금 감면 방안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제공하는 세금 혜택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하지만 위스콘신 내부에서는 폭스콘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미국 입법 재정국은 보고서를 통해 폭스콘 투자 유치로 위스콘신이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25년 후에나 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폭스콘이 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콘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0억 달러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계획했으나 공급망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고, 2013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도 소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공장은 지어지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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