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역점을 기울여 시행한 도시재생 사업인 세운상가 활성화의 영향으로 일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개발호재를 맞아 인근 상가 시장이 기대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50년만에 도시재생사업으로 활성화시키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967년 세운상가가 처음 건립된 이래 남쪽으로 현대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등이 이어져 세워진 ‘세운상가군’은 한때 한국 전기·전자 산업의 메카로 불리웠으나, 해당 업종이 사양길로 접어듬에 따라 낙후된 대표적인 서울 구도심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주안점 중 하나는 ‘다시세운보행교’라는 이름의 공중보행교다. 서울시는 남산과 종묘 등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이 보행교가 일대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2020년까지 이 보행로를 남산까지 이어지도록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호재를 맞은 세운상가 일대는 전기·전자 부품이나 공구를 취급하는 곳으로만 알려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청년창업자들이 만드는 카페나 베이커리 등 기존에 없던 점포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 제과점 ‘런던케이크숍’을 오픈한 이승규씨는 “보행데크가 남산까지 이어지는 계획까지 고려하면 더욱 성장하는 상가가 될걸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점포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뭐든지 구할 수 있다는’ 세운상가에서 구할 수 있다보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상가군’ 중 한 곳인 대림상가의 공실률이 한때 60%에 육박한 적도 있으나 최근 20%까지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벌써 세운상가 인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로운 창업자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대림상가 인근의 세운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서울시에서 보행 데크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 기존엔 이 지역에 없었던 카페, 음식점 창업을 문의하는 분들이 확연히 늘었다”며 “그래도 원래 빈 점포가 많지 않았던 곳이다 보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몰려 상가 가격이 보행로 개설 전보다 20%정도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세운상가 일대의 일간 유동인구는 이곳을 방문하는 인구 8만 여명과 인근의 지하철 역을 이용하는 인구 2만여명을 합쳐 총 10만여명이다. 종묘와 탑골공원 등이 가까운 현재는 50대 인구의 방문 비율이 높지만, 세운상가가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게 되면 기존에 부족했던 20~30대 인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권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보행로가 생겨나면 소비자의 동선을 상가내로 유입하기 쉽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라며 “차로가 신설될 경우엔 임대료는 확연히 올라가지만 소비자 유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데 반해 상대적으로 보행로가 신설된 인근에는 쇼핑객들의 유입 효과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