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해설가로 나선 영화감독 이호재 “이젠 인간과 AI의 공존 고민할 때”

입력 2017-09-20 07:51수정 2017-09-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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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봇, 소리’ 통해 인문학 관점 휴먼드라마 그려

▲영화 ‘로봇, 소리’를 연출했던 이호재 감독은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원활하게 공존하는 시대를 위해 다양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동근 기자 foto@)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대부분이 ‘기술의 발달’에 중점을 두지 않아요. AI조차 이렇게 인간에 가까워졌는데 ‘왜 우리는 점차 비(非)인간적이 되어가느냐’에 대한 고민을 담는 게 대부분입니다.”

인공지능(AI)과 과학의 발달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이호재(44) 영화감독의 논리는 꽤 인상적이다. 동시에 로봇과 인간에 대한 그의 고민과 그 고민의 깊이가 오롯이 묻어나왔다.

그는 주식시장의 작전주를 소재로한 영화 ‘작전’(2009년)으로 데뷔했다.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 곳곳에 긴장감을 녹여낸 그의 작품은 개봉과 함께 찬사를 받았다. 데뷔 첫해와 이듬해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의 신인 감독상을 거머쥐며 영화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전통적인 필름영화 감독이 ‘스마트폰 영화 페스티벌’에 작품을 걸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4분짜리 단편영화는 그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 고민하고 있음을 알리는데 충분했다.

요즘은 인문학 해설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그의 고민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미래학자와 인문학자들이 미래를 예견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생각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바라본 로봇과 인간의 공존 시대를 해설하는 그의 강연은 주변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예컨대 1904년에 나온 달 탐사 SF영화에서는 달까지 가기 위해 우주선을 타는게 아닌, 커다란 대포에 사람을 넣고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는 “공상과학(SF) 영화의 재미는 미래에 대해 얼마만큼 정확하게 예측했느냐가 아니다. 그 영화를 만들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얼마만큼 반영됐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공상과학 영화는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되짚어보는 기회가 된다. 이는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았던 그의 작품이 영화 ’로봇, 소리’다. 영화 속 인공위성 로봇 ‘소리’는 인간의 감성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주인공(이성민 분)과 그의 딸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그는 SF장르가 아닌, 휴먼 드라마다. 영화 덕분에 4차 산업혁명 해설가라는 거창한 수식이 붙었지만 그는 이런 이름이 부담스럽다.

그는 결국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명민한 인공지능, 더 사람과 닮아 있는 로봇이 등장하겠지만 “인간과 로봇의 영역을 구분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요즘 새 작품을 준비하며 막바지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 촬영을 시작할 새 작품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다. 늘 새로운 소재와 대상을 추구했던 그가 새 작품에 얼마만큼 새로운 것을 담아낼지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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