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허리케인에 더블펀치...‘셧다운’ 사태 피하나

입력 2017-09-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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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해 휴스턴 일대가 전부 물에 잠긴 가운데 27일(현지시간) 일가족이 폭우를 뚫고 홍수로 잠긴 도로를 힘겹게 걷고 있다. 폭우에 겁을 먹은 아이가 아버지 품에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휴스턴/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주의 휴스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를 능가하는 ‘어마(Irma)’가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를 향해 돌진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하비로 인한 피해 규모가 2005년 미 남부를 강타한 ‘카타리나’ 때를 능가한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또 다가오면서 재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와 국립기상청(NWS)은 어마의 풍속 등급이 허리케인 분류상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5’에 속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허리케인은 풍속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위력이 강하다. 텍사스를 휩쓴 하비도 진행 경로 상에서 최고등급은 카테고리 4에 그쳤었다. 어마가 상륙할 가능성이 큰 플로리다 주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어마는 5일 뉴욕증시도 강타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북한 리스크와 어마 공포가 맞물려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4.25포인트(1.07%) 하락한 2만1753.31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18.70포인트(0.76%) 낮은 2457.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9.76포인트(0.93%) 내린 6375.5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 하락폭은 지난 8월 17일 이후 가장 컸다.

이날 증시에서 하락이 두드러진 건 손해보험 관련주였다. 허리케인 하비에 이어 어마가 돌진해오면서 피해 보상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비로 인한 피해액은 현재까지 총 1900억 달러(약 215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사상 최악으로 규정된 2005년 카트리나 때의 125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어마는 이런 하비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액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일각에서는 하비와 어마로 인해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의회는 오는 29일까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하고 30일까지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을 승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셧다운 상태가 되면 하비로 인해 피해 복구 지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회가 유권자들을 의식해 임시 휴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재정 문제로 홍수 피해 복구가 지연됐다는 비난 여론은 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35%로 제시했던 셧다운 확률을 15%로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만큼 허리케인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달 23일까지만해도 멕시코간 국경 장벽 건설 비용 마련을 위해서라면 셧다운도 불사할 태세더니, 입장을 바꿔 “예산에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셧다운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에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텍사스 주를 지원하는 구호 자금도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는 하비 구호 자금은 연방정부 예산안과 연계되어야 한다며 텍사스 주 재건을 위해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의회의 합의를 촉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런 가운데 어마가 플로리다를 강타하면 하비 때처럼 피해복구 법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재정 긴축을 중시하는 여당인 공화당도 입장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재정 문제는 해결되겠으나 금리 상승 압력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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