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잉락 前 총리 해외 도피...태국 정치 리스크 해소될까

입력 2017-09-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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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방콕 대법원에서 부패 혐의 관련 형사소송 최후 진술을 하기에 앞서 법원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잉락 친나왓(50) 전 태국 총리의 해외 도피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태국 안팎이 들썩였다. 8월 25일은 방콕 북부 대법원에서 형사소송 판결이 나오는 날이었다. 공판 예정 시간인 오전 9시를 훌쩍 지나도 잉락 전 총리는 공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잉락 전 총리는 재임 중 농가의 쌀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사들여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011년 태국 농가의 쌀을 국제 시세보다 50%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수매제도를 공약해 선거에서 승리했었다. 지난달 25일 법정에 출두했다면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잉락 전 총리는 선고 공판이 열리기 전 종적을 감췄다. 사라진 잉락 전 총리는 캄보디아와 싱가포르를 거쳐 두바이로 건너가 현재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함께 머물며 영국에 망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2005년 태국 정계 최초로 총리 재임에 성공했지만 2006년 축출된 이후 해외를 떠돌고 있다.

잉락 전 총리의 해외 도피로 태국 정계가 발칵 뒤집힌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태국 증시는 아시아 주요 증시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보이더니 2년 넘게 깨지 못했던 160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지난달 29일 태국 증시의 SET지수는 전일 대비 1.8%나 뛰었다. 평소 등락폭이 1%가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상승폭이었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의 배경으로 잉락 전 총리의 해외 도피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은 잉락 전 총리의 해외 도피를 호재로 받아들였을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조사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리스크는 지난달 25일 판결 공판에서 잉락 전 총리가 실형을 받았을 때 생겼을 것”이라면서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태국 사회를 둘러싼 불안정 리스크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즉 잉락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 유혈 충돌 사태에 이를 수 있었으나 그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이러한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잉락이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등의 도피 과정을 두고 그의 도피가 군부와 잉락, 모두에게 좋다고 판단한 현 군부 정권이 도와줬거나 묵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잉락 전 총리가 해외로 도피했다고 해서 태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일단 오는 29일로 공판을 연기했고, 태국 경찰은 잉락 전 총리 검거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태국 군정은 2018년에 민정 복귀를 위한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 탁신파와 군부, 왕당파 정치인 등을 주축으로 반(反)탁신 세력 간의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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