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ICO를 불법으로 간주...모든 자금조달 활동 즉각 중단 촉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 가상화폐 시장의 주축인 중국에서 규제 철퇴가 내려지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은 4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가상화폐 발행 융자위험 방지’라는 공고문을 올리고 신규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모든 자금조달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모든 ICO 플랫폼 업체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받은 공식 화폐와 가상화폐 간 환전도 금지된다. 또 금융회사와 비금융권 결제업체가 ICO 관련 사업을 하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사실상 가상화폐 ICO를 통한 자금조달 행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ICO에 참여한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전면 금지할 것이며 이에 대한 처벌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진행된 ICO에 대해서도 위법 요소가 발견될 경우에는 처벌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이미 ICO에 참여한 조직과 개인이 이를 철회할 수 있도록 안배해 투자자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ICO는 주식시장으로 따진다면 일종의 기업공개(IPO)와 같은 개념이다.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가상화폐 판매를 위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IPO와 유사하다. 기업의 IPO 시 투자하면 주식을 받는 것처럼 ICO에 투자하면 투자 대가로 가상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받는다. IPO와 달리 ICO는 규제 당국의 심사 대상이 아니어서 자금조달이 비교적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지난 1년간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크게 늘었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보안기술 전문가 위원회가 파악한 ICO 플랫폼은 7월 18일 기준, 총 43곳에 달하며 지금까지 총 65건의 ICO가 진행됐다. 이들이 IC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6억 위안(약 4505억원)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ICO를 통한 자금조달 성장세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규모가 16억 달러(약 1조811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최근 가짜 코인 발행 등 ICO를 통한 피라미드 금융사기나 불법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중국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일찌감치 중국 당국이 ICO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특히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가상통화 ICO 규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지난달부터다. 8월 말 중국 국무원 법제판공실과 중국 인터넷금융협회가 ICO 불법 자금모집에 대한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단속 사실을 공개했다.
ICO를 둘러싼 사기 피해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ICO를 증권거래로 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 부문에 대한 엄격한 조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가상통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에 힘입어 단기간 내에 투자자를 유치해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ICO가 금융·사이버 사기범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블록체인 상의 거래감시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올해 ICO에 투자된 전체 자금 중 약 10%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케네틱캐피털의 제한 추 매니징디렉터는 “중국은 규모가 워낙 크고 투기성이 짙은 IPO 시장이라는 점에서 규제 당국의 좀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중국 당국의 ICO 규제 소식에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11.4% 폭락해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ICO 붐의 최대 수혜자인 이더리움은 16% 넘게 폭락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중국과 한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