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부 길들이기’와 부패척결 사이에서 줄 타는 중국

입력 2017-08-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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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부 기자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서 사정 바람이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특히 올가을 정권 장기화 토대를 공고히 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정의 칼날은 정치 인사는 물론 민간기업 수장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이다.

대만 중앙통신과 보쉰(博迅)은 27일 중국 최고 갑부로 통하는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그룹 회장이 출국금지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정경유착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부패 척결 조치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중국 당국은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보도의 여파로 완다그룹의 계열사인 완다호텔개발은 홍콩증시에서 한때 주가가 11% 급락했다. 회사 측은 나중에서야 출국금지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중국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구금설과 실종설 등 각종 소문이 횡행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푸싱그룹 회장은 2015년에 이어 지난달에도 실종설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관련 종목 주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의 기업들은 중국 본토를 넘어 전 세계 시장을 흔들 만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중국 기업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커졌고 이를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공포도 커지게 됐다.

그간 완다그룹의 급성장이 고위층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왕 회장에 대한 정경유착의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문제를 명시하고 이를 바로잡으면 된다. 제대로 된 명분 없는 규제와 이를 둘러싼 소문을 방치하는 것은 부패 척결이 아니라, ‘갑부 길들이기’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의 부패 척결 노력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소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 주석이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던 법치국가를 이룩하려면 법에 따라 이를 당당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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