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걸친 이재용의 반격… “합병으로 나와 삼성전자 관계 달라질 것 없다”

입력 2017-08-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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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문 마무리… 7일 결심공판 이어 2주후 선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혐의 재판 종결을 앞두고,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거듭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현안 해결을 위한 부정 청탁과 뇌물공여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3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이틀 만에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이틀째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받았을 당시 심경을 법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도 쟁점인 ‘뇌물을 주는 대가로 청탁해 해결할 현안이 있었느냐’로 특검과 삼성 측은 충돌했다. 제3자뇌물죄가 적용되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은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전날과 같이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영재센터 후원 문제 등과 관련해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할 때까지 보고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3차에 걸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물산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전환 등 현안을 청탁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과 같은 현안과 관련해 거리를 두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이 부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이 부회장은 일부 회사(옛 제일모직)의 대주주로 마치 남의 일처럼 전문경영인 결정을 존중했다는 게 설명이지만 어색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의사결정을 제일 잘할 수 있고, 기업 경험이 많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분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분이 많고 적은 것에 관계없이, 그 결정을 신뢰한 것이지 방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금융과 보험업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워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제 자만인지 모르지만 삼성생명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며 경영진은 가장 훌륭한 분들로, 이런 분들이 회사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 판단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했다는 특검의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목적과 필요에 따라 준비된 계열사의 현안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승계 작업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란 게 삼상 측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승계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이 부회장의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벌였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은 오는 7일 종결된다. 이날 특검이 구형을 하고 변호인의 최후변론,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이 이어진다. 1심 선고는 약 2주 후인 이달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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