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에 반발 더욱 커질 듯…미국, 제재 가능성 시사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야권과 시민의 거센 반발에도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감행했다.
티비세이 루시나 전국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자정 무렵에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800만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마두로 정부에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압도적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발표 시간을 한밤중으로 잡은 것은 반체제 시위가 베네수엘라를 휩쓴 가운데 소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WSJ는 풀이했다.
루시나 위원장은 “평화가 이겼다. 평화가 이길 때 베네수엘라가 이기는 것”이라며 “결과는 너무 압도적이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곳곳에서 제헌의회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난 가운데 시위대가 경찰, 군과 충돌하면서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선거 당일 충돌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반정부 시위대의 활동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는 123명으로 늘어났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선관위 발표 이후 성명에서 “베네수엘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적 혼란과 식량 부족, 빈곤층 급증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선거는 사회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은 18년 동안 거둔 승리 중 가장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은 이번 선거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투표 과정에서 선거 참관인은 물론 사람들이 여러 번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WSJ는 꼬집었다. 심지어 유권자들은 집권당 인사로만 구성된 약 6000명의 출마자 가운데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뽑아야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앞서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 16일 비공식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시행해 750만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날 투표를 감행했다.
정부가 800만 명이 넘는 지지자가 나왔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투표 참가자 수보다 더 많은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노베리엄이 이날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는 1900만 유권자 중 360만 명 정도만 투표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투표율은 70%에 달했다.
이런 부정선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불법적인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독재 구축에 대해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