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차장
애플은 중국인에게 더욱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인터넷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정부에 굴복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시스템에 백도어(우회 프로그램)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아이클라우드로 저장된 정보도 암호화돼 있어 다른 사람이나 정부가 들여다볼 수 없다고 변명했다.
물론 애플의 설명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더욱 구질구질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중국의 인터넷과 시민사회(市民社會)에 대한 감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전부터 중국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처럼 전체사회(全體社會)를 통제하고 감시하려 한다는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런 빅브라더 사회는 이미 현실화된 상태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사회신용평가’라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지방정부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쉽게 말하면 신용평가사가 국가나 기업에 하듯이 개인의 신용에 점수를 매긴 다음 점수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로 무단횡단 등 사소한 법규 위반을 하면 CCTV 등의 감시 시스템에서 이를 확인하고 벌점을 줘 이것이 쌓이면 나중에 고속철도 탑승이나 은행 대출이 거부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중국의 이런 시민사회 억압에 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순응하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
특히 애플의 중국 데이터센터 건립은 지난해 초 미국에서 벌어진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과 대조된다.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에 든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잠금해제를 해 달라고 요청하자, 애플은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며 이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논란은 이스라엘의 한 보안업체가 제공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FBI가 간단하게 암호를 해제하면서 싱겁게 끝났지만, 당시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정부의 감시와 통제에 맞서겠다는 애플을 지지했다.
그런 애플이 중국 정부에는 맥을 못 추고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니 미국 정부가 잠금해제 논란에 대해 마케팅을 위한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게다가 애플은 지난달 발효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립에 제일 먼저 부응해 다른 실리콘밸리 업체에 안 좋은 선례마저 남겼다. 애플도 하는데 무슨 논리로 중국 정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애플이 빅브라더가 된 중국을 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은 연초에도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현지 앱스토어에서 뉴욕타임스(NYT) 앱을 삭제했다. 추가 테러를 방지해야 한다는 FBI의, 어떻게 보면 타당한, 요구는 거절하면서 중국에는 순순히 꼬리를 내리니 이해하기 힘들다.
구글은 2010년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며 중국 검색 시장에서 철수했다. 애플에 이런 배짱과 용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 아쉽다. 애플이 항상 약자의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으려면 외국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어서 애플이 맞설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