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서광현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투자 타이밍 놓치면 자칫하다 추락”

입력 2017-07-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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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분야 5년간 4000억 이상… 정부 차원 전방위적 투자 필요”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의 R&D 분야의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연구 개발과 투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대학의 인재 양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만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기자 foto@

‘13년 연속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반도체 강국’, 한국의 또 다른 수식어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디스플레이산업은 특히 ‘타이밍 산업’이라고 불린다.

업의 특성상 적절한 때에 기술 개발을 못하거나 투자가 수반되지 못하면 낙후돼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종주국 일본을 넘어서 10년 연속 세계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도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 타이밍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일본은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세계 최강을 달리다 지금은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 당시 일본산 패널이 시장 점유율 100%에 가까울 정도였다. 2001년 샤프가 브라운관을 대체하는 평면 TV ‘아쿠오스’를 내놓으며 일본 기업이 세계 LCD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아시아에 번진 경제 위기로 인해 일본은 차세대(5세대) LCD 투자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때 후발주자인 한국은 2001년 세계 최초로 5세대 LCD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하면서 급성장했다. 5세대 LCD를 LG디스플레이는 2002년 1분기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02년 4분기에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LG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밀리기 시작한 일본은 5세대를 건너뛰고 6세대로 투자를 하며 한국 업체를 추격하기 시작했지만, 판도는 뒤집히지 않았다.

삼성과 LG는 공격적인 투자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업체들의 발 빠른 투자뿐 아니라 이 시기 정부도 디스플레이산업의 육성에 큰 힘을 실었다. △중기거점개발사업 △선도기술개발사업 등 LCD 패널 및 장비, 부품 소재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을 지원했다. 또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조달이 불가한 LCD 제조장비에 대한 할당관세 및 공장자동화기기 등 관세 감면제도 추진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디스플레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의 타이밍이 중요한 것인데 일본이 이 시기를 놓쳤고, 한국은 적절한 투자로 헤게모니를 쥐게 된 것”이라며 “당시 정부에서 중국 정부가 지금 디스플레이산업을 지원하듯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세계 1위 분야이다 보니 정부가 투자 및 지원을 민간 업계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는데,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R&D 투자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패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서 부회장은 “LCD 분야에서는 내년에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는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더욱 집중해야 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OLED 다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LCD 분야에서 어느 정도로 추월했다고 보면 되는가. 현재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의 현황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의지와 안정적인 내수를 바탕으로 LCD 생산 기반을 대폭 확충해 생산적인 측면에서 내년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10세대 이상 LCD에 이미 투자를 한 상황에서 한국이 가격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가기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해상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뒤처져 있으므로, 한국은 중국이 10세대를 본격 양산하기 전에 UHD급 등 차별화된 LCD 생산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OLED에 보조금을 집중하는 ‘제조 2025’를 통해 OLE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OLED 분야에서 중국이 언제쯤 한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중국이 ‘제조 2025’ 발표를 통해 100인치 중소형 OLED 및 플렉시블 개발 목표를 제시하는 등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OLED 시장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상이하나, 적게는 3~5년, 한국의 OLED 인력이 중국으로 유출이 안 된다고 가정할 시 10년까지 기술 격차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OLED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이 플렉시블에 투자할 때 한국은 폴더블, 롤러블 등 한 단계 높은 시장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

△OLED 다음은 어떤 기술에 대비해야 하는지

“퀀텀닷 기술도 거론되고 있고 마이크로 LED를 차세대 기술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중국이 잉크젯 기술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내놓았지만 일반화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요즘에 가시화되는 기술이 LG디스플레이가 발표한 투명 디스플레이이다. 냉장고 등 가전,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폼팩터에 디스플레이가 필수인 만큼 TV나 스마트폰처럼 대량 생산 체제가 아니고 맞춤형 소량 생산 쪽으로 생산 형태도 변할 것이다.”

△디스플레이산업 분야에서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

“패널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하고 있으나, 핵심 장비와 소재는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OLED 생산기술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가 있으나, OLED 혁신공정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로 경쟁국과의 격차가 없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정부는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자국 기업에 보조금 지원을 통해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추게 하고, 수율이 향상될 경우 우리 기업의 급격한 시장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한국은 디스플레이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들었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함께 어떤 공동의 움직임이 있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패널 기업, 장비소재 기업, 정부, 연구소, 지자체 등과 공동으로 R&D를 추진하고 실제로 테스트할 수 있는 공동의 R&D 센터 설립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 모두가 함께 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과거에 비해 R&D 투자를 많이 줄였다.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과거에는 디스플레이산업을 육성해야 해서 지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삼성LG 등의 업체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정부를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차원의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이 잘하고 있다고 자율에 맡기기보다 정부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정부 차원에서 만약 투자가 진행된다면, 투자 규모나 방식은 어떤 식으로 전개돼야 하는지

“R&D 부문에 5년에 걸쳐 4000억 ~ 5000억 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의 투자는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 4000억 ~ 5000억 원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가

“예를 들어 대기업의 연구용 공정라인 구축비가 2500억 원, 연간 운영비가 500억 원 정도라고 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모두 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중소기업이나 중견, 대학에서도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방하라고는 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 대학이나, 중견 기업 등의 연구를 실증해 볼 수 있는 공정 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4차 산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이다. 정부 지원 관련, 다른 분위기는 아직 없나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생길 것이고, 정부의 R&D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관련 산업에 많은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본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은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투자를 통해 전방위적인 디스플레이산업의 R&D에 집중해야 한다.”

△디스플레이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장비, 소재 등 품목별로 개별기관이 연구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비와 소재업계 간 공동으로, 그리고 인력 양성까지 연계된 산학연관(産學聯關) 유기적인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4000억 원 이상의 R&D 프로젝트를 하나로 만들어서 셋업(준비)을 시키면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우수인력으로 경쟁국과의 차별화된 기술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서광현 부회장은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항공대학교 항공통신공학 학사,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전기통신 석사를 마쳤다. 1982년 제18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2009년 지식경제부 우정사업정보센터장,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장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장을 거쳐 2013년에는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7년 2월부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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