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EU 울타리에 있는데”…조급한 英, 미국과 ‘포스트 브렉시트’ 무역협상 시작

입력 2017-07-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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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사진=AP뉴시스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의 무역관계 재정립과 관련한 무역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채비를 마쳤다.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 측과 이른바 ‘포스트 브렉시트’ 관련 무역협상과 관련한 첫 회담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이틀간의 미국 방문 기간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EU 탈퇴 이후의 양국 무역협상의 밑그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만날 예정이다. 폭스 장관은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번 회동을 통해 양국 간의 투자와 무역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무그룹을 만드는 것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실무그룹은 양국의 무역과 투자 관계를 강화하고, 양국이 주력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영국의 이러한 행보에 EU 측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측과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EU 법상 탈퇴 협상 중인 영국은 아직 EU 역내 울타리에 있어 단독으로 다른 국가와 무역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폭스 장관의 미국 방문에서 영국 정부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덤 마샬 영국 상공회의소(BCC)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제까지 진행한 무역협상을 고려한다면 폭스 장관의 이번 회동으로 영국 정부가 유리한 협상을 위한 포석을 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BBC에 “40년 전 EU를 통해 진행했던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협상 초기에는 영국이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노동조합회의(TUC) 프랜시스 오그래디 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영국 내각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벌써 뛰어들기보다는 EU와의 협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협상에 서둘러야 한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미국과 브렉시트 이후 관계 설정을 지금부터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이클 휴즈 이코노미스트는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기본 원칙을 세우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간의 강력한 무역협정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8일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포스트 브렉시트 무역 협상을 양국 현안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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