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긱 경제와 프리에이전트

입력 2017-07-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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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최근 주목받는 긱 경제(Gig Economy)는 1920년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 단기 공연했던 ‘긱(gig)’에서 차용한 용어로 산업 현장에서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고용 형태를 뜻한다. 이러한 긱 경제의 등장은 일자리가 일거리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직장에서의 직업이 개인의 개별적인 업무로 바뀐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자유롭고 불안정한 일거리로 변화한다. 이러한 긱 경제와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일자리 정책의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긱 경제를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 정의하고, 2020년이면 긱 경제의 비중이 미국 경제의 43%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버(Uber)가 택시 산업을 바꾸고 있다. 태스크 몽키(Task Monkey)는 심부름 용역을, 업워크(Upwork)는 프리랜서를 연결하고 있다. 근로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좋고, 비용 절감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좋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 반면 긱 경제의 도래는 임시직 확산과 함께 임금, 고용 복지, 고용 안정성 축소를 의미하므로 노동의 안정성을 파괴하는 착취 경제로 비난받고 있기도 하다.

뉴욕대 경제학자 아룬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 교수는 긱 경제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워크-라이프의 균형을 더 잘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긱 경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대니얼 핑크는 개인과 회사와의 관계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노동자의 생산 수단의 소유가 가능해지는 프리 에이전트의 등장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긱 경제와 프리랜서의 등장과 함께 과거 팀 중심의 업무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엥게스트룀의 ‘놋워킹(Knotworking)’이다. 놋(Knot)은 매듭이라는 뜻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쉼 없이 변화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일의 방식을 지칭한다. 놋워킹은 일의 대상과 목표를 중심으로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협력하는 놋워킹의 유동성과 확산성이 창발적인 일과 확장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긱 경제와 놋워킹은 특정 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특히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확대되어 비경제활동인구에게 노동시장 재진입의 기회가 부여되며, 기존의 노동자도 부수입을 통해 소득 증대 효과를 얻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의 공저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에 따르면 프리 에이전트는 자율성, 유연성, 주도권을 획득하는 장점이 있다. 저자들은 “일과 수입원의 다양성이 도래하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가짐과 기술,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긱 플랫폼을 통해 연결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긱 경제와 알바의 차이점에 대해서 확실성과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알바는 다음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긱 경제에서는 일자리가 조각나서 항상 접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의로부터 조각난 일거리들의 수요와 공급을 항상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투명한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면 긱 경제는 일자리와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러한 긱 경제에 대한 생태계적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초연결 긱 경제는 일자리의 복잡계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으로 등장하고 있다. 60조 개의 세포 모두가 전체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는 것이 홀론(Holon) 현상이다. 긱 경제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없어 부분이 전체를 반영하는 홀론의 프리에이전트들의 자기조직화 과정으로 창발적 플랫폼 현상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공진화하게 된다. 미시적으로 불안정한 개별 일거리가 초연결 자기조직화를 통해 거시적으로 안정되어 가는 창발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 대안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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