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법적 책임 등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17일 세종시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공론화 결과가 영구 중단으로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한수원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보상 문제, 책임 소재 문제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 공론화위원회의 소관이라며 공을 넘겼다.
최종적으로 공사 중단 결정이 나오면 손해를 보는 업체들은 누구에게 보상을 요구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사장은 “영구 중단은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론화위원회에서 건설 중단에 따른 손실과 보상 방안 등을 고려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공론화위가 영구 중단을 결정한 뒤에 제기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한수원에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 조치를 신속히 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한수원은 이 공문을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에 그대로 전달해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다.
한수원은 자체 법률 검토 결과, 정부의 원전 건설 중단 요구를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행정지도’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결국 공사 중단으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이 한수원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날 이 사장은 영구 중단이 될 경우 발생할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면서 피해 보상에 대해 법률적인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가 발전사에 보상하는 것으로 뒤늦게 확정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영구 중단될 경우 약 1조60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일시 중단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한수원에 공을 넘긴 것이지만 영구 중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부가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결정되는 부분이라 한수원 이사회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 결정 전에 정부나 청와대 항의방문, 대통령 면담 요청, 대규모 집회 등 다양한 방법의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