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BOC)이 12일(현지시간) 약 7년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신호탄에 따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본격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10년 9월 이후 6년 10개월 만이다.
이날 BOC의 금리인상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조업과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경기 회복세가 나타났기 때문. 특히 밴쿠버 등 캐나다 주요 도시 주택 가격 상승이 지속돼 부동산 시장 거품 우려가 나오면서 긴축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2주 전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경제포럼에 참석한 린 패터슨 BOC 부총재가 캐나다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며 기준금리 인상 등 테이퍼링(경기부양책 규모 축소)을 시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스티븐 폴로즈 BOC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경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잘 대처할 수 있으며 현재 기준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현재 단계에서 미리 정해진 (통화정책의) 경로는 없다”고 말했다. 폴로즈 총재는 기준금리의 추가 조정은 발표되는 지표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BOC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지만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1.3%에 그쳤다. 그러나 폴로즈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률 부진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하면서 내년 중반 물가 상승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가 됐다. 이에 연준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에서 탈출하려는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가 도미노처럼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총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그 사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국의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외 ECB와 영란은행 등이 금리인상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BOC의 결정이 다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앙은행들이 의도적으로 함께 행동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게임이론으로 봤을 때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결정 시 환율 리스크를 줄이려고 최소한 다른 중앙은행들의 결정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