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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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2012년부터 자민당 총수로 2연임에 성공하며, 그야말로 절대 권력을 누렸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에서부터 개헌 추진에 이르기까지 그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의 3연임, 최장수 총리직 수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아베 천하’가 지속하면서 집권 세력의 독선과 국내외를 향한 막말·망언 논란은 커졌고, 일본 국민의 불만과 피로감도 커졌다. 결정타는 이른바 ‘가케(加計) 학원 스캔들’이었다.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이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법인에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었는데, 아베는 이 스캔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죄를 하지 않고 버텼다. 민심의 변화가 심상치 않자 도교 도의회 선거 전인 지난달 19일이 돼서야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뒤늦은 사과는 소용이 없었다.
집권 자민당은 2일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했고, 철옹성(鐵甕城)같이 견고했던 아베 총리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무너졌다. 궁지에 몰린 아베는 국면 전환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G20 정상회의에서 외교적인 성과를 노렸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전을 위해 이번에는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지지율 급락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정한 반성 없이 상황을 일단 무마하고 보자는 아베의 처세술(處世術)은 이미 효력을 다했다. 그가 정말 일본 최장수 총리를 꿈꾸고 있다면 철저한 자기반성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