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들이 대선 이후 두 달째 요지부동이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부적격 인선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 새 정부 현안에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야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론 보수 지지층을 선점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은 11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 류 교수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파(右派)가치 실현’을 목표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같은 생각이다” “탄핵의 본질은 정치적 실패다” “국정농단이 아닌 국정 실패”라고 발언했다.
류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을 지지한 24%(당시 홍준표 후보 득표율)를 위한 ‘맞춤형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6% 남짓으로, 대선 때 지지율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이에 따라, 한국당 입장에선 당장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당을 지지하는 기존 세력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최대한 결집하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내년 지방선거에 같은 보수진영을 두고 경쟁해야한다. 이에 바른정당은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TK) 지역 공략에 최대한 공을 들일 계획이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1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나서 영남 지역 핵심 당직자들을 만나 격려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9일부터 TK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흥행몰이에 나선다. 이와 관련, 이혜훈 대표는 “TK를 출발점으로 삼은 건 소위 배신자 프레임에 속은 ‘피해자’가 집중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정당들이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고 보수 표심 잡기에만 몰두하는 방식으로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보수민심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당의 경우에는 류 위원장의 일부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도 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내부결속이 아닌 분열 우려마저 제기된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고 말했고, 홍 대표는 “극우란 개념을 한번 찾아보시고 비판하시기를”이라고 직접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