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4대 그룹, 이르면 22일 회동...재계, 불편한 속내

입력 2017-06-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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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재벌 그룹이 이르면 2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난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 중인 ‘대기업 개혁 방향을 기업에 직접 설명하고‘예측 가능한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위가 내부거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예고하는 등 재벌에 대한 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재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정거래위원회와 4대 그룹사의 간담회를 22일 혹은 23일에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4대 그룹에선 총수 대신 각 그룹사의 전문경영인 최고위층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컨트럴타워가 없어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이번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그룹을 총괄하는 조직이 없어 현대차에서 참석할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은 김 위원장이 대한상의에 요청하고, 대한상의가 4대 그룹에 협조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성사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 16일 (공정위로부터) 요청을 받았고,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일정 등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가능한 빨리, 이번 주 중에 가능하면 4대 그룹과의 만남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과의 면담에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을 앞두고 새 정부의 공약 사항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 공약의 취지를 설명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정부와 재계의 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이번 자리를 갖는 취지를 설명했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SK그룹 관계자들은 “기업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려는 현 정부의 행보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이번 만남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A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 역시 “신임 공정위원장과 기업간의 만남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아직 정확한 날짜나 시간, 누가 나갈지 확정된 것도 아직 없고 관련 내용과 관련해 기업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개혁에 적극 나서왔던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4대 그룹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3월부터 45개 그룹에 대한 내부 거래 조사를 해오고 있다.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규모와 무관하게 직권 조사로 철저히 대응할 것이다”며 대기업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번 4대 그룹과 만남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고 자발적으로 사회적 상생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만날 경우 재계 현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협조를 부탁해 왔다”면서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해왔던 김 위원장의 이력을 보면 보다 구체적이고 수위가 높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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