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가능성 큰 대기업 ‘좌불안석’…金위원장·4대 그룹 면담에 주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김상조 개혁의 1차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조만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고위층과 만날 예정이어서 재계는 규제나 압박의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20일 이투데이가 조사한 결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실태 점검 중인 45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2~3세 경영자의 지분이 20%를 넘고,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은 총 8개 그룹 14개사에 달한다.
공정위는 현행 총수일가 지분율이 30%(상장사)와 20%(비상장사)로 나뉘어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 기준을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주로 재계 후손들이 소유한 기업의 고속 성장에 이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총수일가 중에서도 2~3세들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4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3.2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보헌개발옥산유통, GS아이티엠(GS) △한화SNC(한화) △씨앤아이레저산업(CJ) △공덕개발(효성) △영풍개발(영풍) △신양관광개발MK테크놀러지M프론티어(한국타이어) △메르뱅ST임티시스(태광) 등이 2~3세 지분이 20%를 넘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LG그룹 소속 판토스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총수일가 지분이 19.99%(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 지분 7.5%)로 규제 기준을 절묘하게 회피했다.
또 대한항공은 15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일가의 이익을 챙겨준다는 지적을 받아온 유니컨버스에 대한 오너 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의 콜센터 운영,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을 하는 회사로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에 총 14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제출받은 자료를 현재 분석 중”이라며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발 앞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기업에 대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처럼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자발적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