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판 ‘형제의 난’…리셴룽 총리 동생, 형 비난 성명

입력 2017-06-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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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싱가포르 떠날 것”…여동생도 비판에 동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동생인 리셴양이 14일(현지시간) 올린 비판 성명. 출처 리셴양 페이스북 페이지

싱가포르에서 ‘형제의 난’이 일어났다. 싱가포르를 세우고 번영시킨 ‘국부(國父)’ 고(故) 리콴유의 아들이자 리셴룽 현 총리의 동생인 리셴양이 여동생인 리웨이링과 함께 14일(현지시간) 형을 비난하는 6페이지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리셴양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조만간 싱가포르를 떠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나는 떠나고 싶지 않다. 리셴룽이 출국하게 되는 유일한 이유”라고 밝혔다. 리웨링도 “우리는 셴룽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들 남매가 불화에 빠진 배경에는 지난 2015년 리콴유 전 총리의 호화 장례식이 있다. 리셴양은 “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형이 국가기관을 사용하는 것에 나와 부인, 그리고 여동생 모두 두려움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남매는 또 리셴룽이 자신의 아들이며 현재 싱가포르 정부기관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훙이의 정치적 야망을 키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리셴룽이 3대째 권력을 물려주려 한다고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다만 리셴양은 싱가포르를 떠나 어디로 향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생들의 반란에 리 총리는 “이들이 한 유감스러운 주장에 매우 슬프다”며 “나와 아내 호칭은 이런 주장, 특히 아들에 대해 정치적 야망이 있다는 불합리한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통제된 싱가포르에서 최고 권력자 가족의 불화가 노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FT는 꼬집었다. 지난해 리웨링이 리콴유 서거 1주기 추모행사를 리 총리가 호화롭게 치르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들의 불화가 처음 노출됐다.

한편 이들 남매는 아버지가 소유했던 오차드 지구의 주택을 놓고도 싸움을 벌였다. 리셴양 등은 이날 성명에서 “리셴룽 부부는 집을 철거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생전에도 반대했다”며 “셴룽의 정치권력은 리콴유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나오며 이에 주택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리셴룽 총리 이외 다른 가족들도 싱가포르에서 고위직을 차지해왔다. 리 총리의 부인 호칭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최고경영자(CEO)다. 리셴양은 싱가포르텔레콤의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 싱가포르민간항공청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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