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맨 워킹’ 신세 된 메이 총리…정치 한탕주의와 不通이 패배 불렀다

입력 2017-06-12 09:06수정 2017-06-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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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9일 영국 총리 관저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메이 총리는 민주연합당(DUP)과 연정 구상을 밝혔다. 사진=신화뉴시스

총선이라는 승부수가 자충수로 돌아오면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일요일판 더선데이타임스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률은 38%에 그쳤다.

지난 4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장고 끝에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때만 해도 보수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컸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318석 획득에 그쳐 과반(326석) 확보에 실패했다.

메이 총리는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후 분열된 국론을 봉합할 리더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메이 총리 정권의 정치적 한탕주의와 밀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로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입을 모은다. ‘불통(不通)’ 스타일이 패배를 좌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메이는 평소에도 내각 인사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수석 비서인 닉 티머시와 피오나 힐 등 최측근 인사들과만 일하는 경우가 많아 당과 내각에 귀를 닫고 밀실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지층의 원성을 산 이른바 ‘치매세’로 불리는 ‘사회적 돌봄’ 지원 축소 정책도 측근들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보수당 정권에서 재정적자를 줄인다고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과 공공 부문 임금 동결 등 수년간 허리띠 졸라매 왔는데 더 줄이겠다는 공약에 유권자들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메이 총리는 해당 공약을 철회했지만 오히려 불신만 커졌다. 결국 티머시와 힐은 이번 총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리더십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데드 우먼 워킹(Dead woman walking)’”이라고 꼬집었다. 원래‘데드 맨 워킹’은 사형 집행장에 입장하는 사형수를 부르는 간수들의 은어다. 앞으로 메이 총리의 정상적인 정책 행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급해진 메이 총리는 민주연합당(DUP)과 연정 구성안을 내놓았는데 두 당의 색깔이 달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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