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70억 달러 미국 상품·서비스 구매 당근 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나서 베트남이 미국과의 새 무역관계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트럼프가 동남아 정상과 회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푹 베트남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TPP를 대체할만한 미국과의 새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바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베트남은 지난 10년간 저렴한 생산비용을 무기로 나이키와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면서 연평균 6% 이상의 경제 고성장을 이어갔다. TPP에 미국이 잔류했을 경우 수출이 더욱 늘어나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최소 8%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베트남은 또 TPP를 통해 내수를 끌어올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TPP가 물거품이 된 이상 베트남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불균형한 무역 상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전날 푹 총리가 참석한 기업가 초청 이벤트에서 대놓고 “베트남은 자신이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미국에 수출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미국의 대(對) 베트남 무역수지 적자는 10년 전의 70억 달러에서 지난해 320억 달러(약 36조 원)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푹 총리도 미국의 이런 불만을 누그러뜨릴 당근을 제시했다. 그는 전날 “첨단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150억~17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E는 이날 베트남과 55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발전소와 항공기 엔진, 서비스 등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한 국가와 거래한 것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푹 총리와의 회담이 끝나고 나서 “베트남은 미국에 매우 큰 주문을 했으며 우리는 이에 감사한다”며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이런 계약은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베트남에는 훌륭한 설비가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이어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적자가 단기간에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푹 총리는 “양국은 중대한 대격변의 시기를 극복하고 포괄적인 파트너 관계로 나아갔다”며 “트럼프가 솔직하며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양국 협력이 강화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