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자들, 열악한 의료시스템에 살길 찾아 해외로

입력 2017-05-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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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해외 의료관광, 약 50만 건으로 전년보다 5배 늘어나…중국, 2015년 암 진단 환자 430만 명 달해·공립병원 과부하 상태

▲중국의 열악한 의료시스템에 해외 의료관광을 떠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 옆에 보호자가 약봉지를 들고 서 있다. 블룸버그

중국의 열악한 의료시스템에 현지 환자들이 살길을 찾아 해외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지만 의료시스템이 늘어나는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서 해외로 나갈 여유가 되는 부자들이 의료관광에 나서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FT)가 소개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업체 씨트립닷컴은 지난해 자국의 해외 의료관광 건수가 약 50만 건으로, 전년보다 다섯 배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씨트립도 해외 의료관광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의료관광 대부분은 성형수술과 건강검진이지만 암(癌) 등 중병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서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소재 메이오클리닉에서 해외 환자 관리를 총괄하는 스테파니 L. 하이네스 박사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중국 환자들의 숙박과 왕래 등을 돕는 직원을 채용했다. 메이오클리닉 등 다른 병원들은 중국인 통역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해외 병원과 연계하는 여행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베이징 소재 호프노아헬스컴퍼니는 지난해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해외로 보냈으며 이는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호프노아는 환자들을 미국이나 일본으로 보낸다. 현지 공항에서는 이 회사 직원이 환자들을 마중나와 병원 인근의 임대한 아파트로 데려가며 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63세의 사업가인 궈수스는 호프노아의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중 한 명이다. 암환자인 그는 중국에서 수술과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았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위의 소개로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 당시 중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신약인 키트루다주로 치료를 받았다. 약 4개월 만에 그의 종양은 줄어들고 체중도 늘어났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약 22만 달러(약 2억4700만 원)였다.

중국은 지난 2015년에 약 430만 명이 암으로 진단받았다. 하루 1만2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암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는 2010년의 240만 명에서 급증한 것이다. 공립병원은 과부하 상태로 병상과 의사 수가 너무 부족하다. 의학저널 란셋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의료시스템 순위에서 중국을 188개 국가 중 92위로 놓았다. 이는 쿠바, 멕시코보다 낮은 것이다. 중국 국립 암예방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약 30%로, 미국의 70%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의료 관련 예산을 늘리고 민간 투자를 장려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의료수요 급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환자 가족들이 명의로 인정받는 의사들과의 진료 예약을 잡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허다하다.

반면 중국 부자들은 선진국 병원에서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궈수스는 “중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딱딱한 금속의자에서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도 불편했다”며 “그러나 미국에서는 좀 더 인간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식사를 쉽게 할 수 있고 대기실에는 푹신한 소파가 있다. 심지어 집에서 화상통화로 의사와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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