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0년 전 일본 ‘버블 경제’ 판박이…그 이유는?

입력 2017-05-29 14:4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중국, 부채 증가 속에 해외 부동산 매입 열기ㆍ관광객 급증 등 과거 일본과 흡사한 모습 보여

▲일본 도쿄의 궁성 앞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블룸버그

갈수록 급증하는 부채, 빚과 부동산 개발에 의존하는 경제성장 구조 등 중국이 30여 년 전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의 일본 경제와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기업들의 해외 인수ㆍ합병(M&A) 열기와 부동산 투기,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 급증 등 중국이 1980년대 일본을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구소련의 운명을 피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한 연구자료는 거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2년 권력을 잡고 나서 구소련의 몰락 이유로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그가 내세운 ‘글라스노스트(Glasnostㆍ개방)를 뒷받침할만한 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시 주석에게는 30여 년 전 일본이 처했던 또 다른 역사적 사건이 더욱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버블 붕괴다.

일본의 30년 전 버블이 중국 지도부의 새로운 관심사는 아니다. 일찌기 지난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 비율이 200%에 육박하자 당시 부주석 자리에 있던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당교 학자들에게 일본 경제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학자들은 중국이 금융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경제적 주권을 보호하고 환율정책을 변경하라는 압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중국이 직면한 위험은 더욱 커졌다. 총 부채율은 GDP의 약 260%에 달하며 정부는 부동산 가격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에 따른 혼란에 정부의 경각심은 더욱 커졌다.

중국이 일본과 같은 운명에 놓이게 된다면 세계 경제도 치명적인 악영향에 요동치게 된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성장에서 연평균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또 미국 수입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1980년대 중반 일본과 비슷한 비율이다.

◇ 해외 M&A 열기= 중국과 과거 일본의 비슷한 점으로 FT는 먼저 현지 기업의 왕성한 해외 M&A 열기를 들었다. 일본 소니는 지난 1989년 34억 달러(약 3조8100억 원)에 컬럼비아픽처스를 사들였다. 중국 국영업체인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은 지난해 스위스 종자ㆍ비료업체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 해외 부동산 투기 광풍= 해외 부동산 구매에 기업과 개인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투기 열풍이 거세게 이는 것도 닮은꼴이다. 일본 미쓰비시부동산은 1989년 뉴욕 록펠러센터 지분 51%를 9억 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 0214년 약 20억 달러에 뉴욕의 유서 깊은 호텔인 월도프아스토리아를 20억 달러에 매입했다.

◇ 해외 미술품에 대한 비상한 관심…아트시장의 호황을 이끈 것도 두 나라가 비슷한 점이다. 일본 사업가인 사이토 료에이는 1990년 빈센트 반 고흐의 ‘가세 박사의 초상화’를 8250만 달러에 매입했다. 중국의 류이첸 선라인그룹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 있는 나부’를 무려 1억7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 해외 관광객의 급증= 일본은 1989년 966만 명이 해외 관광을 즐겼다. 이는 당시 전체 일본 관광객 중 7.85%에 해당되는 비율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1억2200만 명이 해외로 나갔으며 전체 관광객 대비 8.56% 비중이었다.

◇ 전문가들의 유사한 분석= 전문가들이 30년 전의 일본과 지금의 중국에 대해 비슷한 분석을 내리는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경제사에 대한 저서를 펴낸 피터 태스커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상황에 대해 “당시 일본은 완전한 버블에 빠져 있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팽창했다”며 “경제와 금융 방면은 물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자아도취가 팽배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련 여러 권의 저서를 쓴 프레이저 호위는 “중국은 지난 8년간 경제성장률은 반 토막 나고 부채는 배로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 극적으로 변한 일반 시민의 삶= 두 나라 모두 버블이 수많은 사람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FT는 강조했다.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 버블이 절정에 이르면서 도시 생활비를 평범한 샐러리맨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1989년 도쿄 중심에서 90분 걸리는 75㎡ 아파트 가격은 일반 화이트칼라 근로자 연봉의 8.5배에 달했다. 30년 후 중국은 더욱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 시내 100㎡ 아파트 평균 가격은 500만 위안으로, 이 지역 주민 연평균 소득의 50배 이상에 이르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