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53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법정에 들어섰으나,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40년 지기로 알려진 두 사람은 법정에서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초췌한 얼굴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띠고 법정에 들어 섰으며, 헌정 사상 3명째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했다.
오전 10시 정각에 법정에 입장한 재판부는 개정 선언을 한 뒤 법정 옆 대기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입장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하며 법정에 들어와 재판대 오른편 피고인석에 앉았다. 옆자리엔 유영하 변호사가 동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김 부장판사의 질문에 일어서서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참여재판 의사가 있는지도 물었으나, "원하지 않습니다"고 답한 뒤 다시 착석했다.
이날 줄곧 앞만 응시하던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짧게 귓속말로 대화할 뿐 최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공소유지에 나선 검사와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이라고 지칭했다. 검사는 모두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해 '피고인'으로 부르면서 간간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맡았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도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