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 “임기 초 가맹·대리점 문제 해결에 집중”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유통업계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유통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형 복합몰 출점 규제, 영업시간 축소 등의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가맹·대리점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후보자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의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라며 “가맹점 등 골목상권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고 정확한 팩트 파인딩(사실확인)이 안되면 의욕만 앞선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종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본사)와 가맹사업자 간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나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부를 정도다. 최근에는 모 피자브랜드 가맹점 사장이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분쟁 건수는 2015년 522건, 지난해 1~9월 409건이었다. 특히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4061건의 분쟁조정 건 중 가장 많은 접수가 이뤄진 유형은 △가맹점사업자의 가맹계약해지 및 가맹금 반환 신청(1920건, 조정성립 990건) △부당한 갱신거절의 철회(241건, 조정성립 113건) △계약이행의 청구(214건, 조정성립 106건) 등이다.
김 후보자가 프랜차이즈업계를 들여다보는 방법으로는 가벼운 사안은 지자체가, 더 복잡한 사안은 공정위가 처리하는 투트랙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최근 인력 부족을 들어 전국 지자체에서 직접 민원을 접수하고 다툼의 여지가 적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사안이 복잡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로 넘기는 식의 이중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사례로 2013년 연초부터 본사와 점주 간 불거진 ‘갑을 논란’에 서울시가 시내 각종 대리점이 겪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화장품·편의점·유제품·프랜차이즈 인테리어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본사 주도 공사비가 가맹점주 발주보다 44%가량 높고, 본사로부터 리뉴얼 공사 강요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17%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가맹본부·가맹점 간 갑을논란이 사라지고‘상생’이 자리잡기를 희망하면서도 프랜차이즈 기업과 자영업자를 대립구도로만 몰아가는 데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 갑을 논란 등으로 편의점 업계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 문제가 될 소지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본부와 가맹점 간 동반성장 노력이 미흡한 업종은 김 후보자의 발언과 앞으로 이뤄질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커피업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해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가맹점주와의 문제로 공정위에 중재 중인 업체들은 해당 사안들을 빨리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밀헸다. 이어 “일부 악덕 프랜차이즈 업체 때문에 업계 전체가 부정적으로 매도되는 점이 안타깝다. 이번 기회에 업계도 잘 정비하고 정부도 양측 입장을 두루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피자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예비창업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법과 감시 체계가 똑바로 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