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에 흔들리는 워싱턴…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 발단이 된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결국 대통령 탄핵론으로까지 비화, 워싱턴 정가가 통째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그간 미국의 러시아 게이트 역풍에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파올로 겐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이 허락한다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 대화 녹음본을 미 의회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라브로프와 회동하는 자리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을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 ‘트럼프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가 왜 그러한 공격을 받는지 나로서는 ‘정치적 정신 분열증’이라는 말로 설명할 도리 밖에 없다”면서 “그처럼 중요한 비밀을 나와 공유하지 않은 라브로프를 견책할 생각”이라며 미국 언론을 비판했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정보 공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말대로 정보 공유 자체에 위법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유출한 것으로 동맹국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푸틴의 지원사격에도 러시아 게이트는 오히려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전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미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지난 2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만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14일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직후 대화 내용을 2쪽 분량의 메모로 남겼는데 이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가 코미에 “플린을 내버려 둬. 그는 좋은 사람이야. 당신이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NYT는 코미의 측근들을 통해 메모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최측근 인사로 통했으나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25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러시아 게이트의 시작은 지난해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트럼프 선거 캠프를 도운 폴 매너포트 선대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 정권과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자리에서 사퇴한 것이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의 발단이 됐다. 이후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전격 사퇴하고 이후 트럼프가 갑작스럽게 코미 국장에 해임 통보한 사건까지 맞물리면서 러시아 게이트 논란은 급물살을 탔다.

급기야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을 공개 요구에 나섰고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알 그린(텍사스) 하원의원은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 나라와 미국 헌법에 대한 의무감으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저스틴 아매쉬(미시간) 하원의원과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날 코미 국장의 메모 보도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야당인 민주당의 요구대로 러시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확정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