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煙문화로 본 일본 금연정책] 공공장소마다 ‘흡연 부스’…거리 흡연율 많이 줄었죠

입력 2017-05-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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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에 어린이 실명 후 길담배 규제…전국 943곳 흡연소…국내선 금연구역 정책 ‘흡연권’ 충돌

▲도쿄 시부야역 인근에 설치된 개방형 흡연공간.

“휴대용 재떨이를 갖고 있지만, 흡연시설이 편리해 흡연 부스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주로 흡연 부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일본 신주쿠역 폐쇄형 흡연 부스 앞 50대 일본 남성)

“비흡연자지만, 흡연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흡연 장소를 늘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소가 있으면 애연가들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길담배(아루키타바코)도 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느낍니다.”(하라주쿠역 개방형 흡연 부스 앞 30대 일본 여성들)

끽연을 둘러싸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재떨이를 휴대하는 흡연자를 본 적 있나. 흡연권을 존중해 금연 장소가 아닌 흡연소를 늘리는 편에 동의하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2015년 전국 19세 이상 흡연, 비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흡연공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흡연 공간의 분리보다는 금연구역 설정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

일본의 분연(分煙ㆍ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나눔) 정책은 2002년 10월 일본 치요다구 길거리에서 벌어진 한 사고에서부터 시작됐다. 어린이가 보행흡연자의 담뱃불에 눈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종종 길담배로 인한 어린이 피해 사고가 일어나지만, 분연 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지 않았다.

일본에선 어린이 사고 이후 거리 흡연 시 2만 엔(약 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2002년 11월에는 일본 닛코시, 후쿠오카가 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도심 내 흡연금지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2003년 5월에는 건강 증진법 제25조, 2절 간접흡연방지가 발효됐으며, 학교, 체육관, 병원, 극장, 공원 등이 포함됐다. 2003년 이후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실외 독립형 흡연공간(흡연 부스)이 설치됐다.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직장 내 간접(수동)흡연 방지 대책을 포함하며 사업자가 흡연소를 설치할 때 정부가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2011년 상반기 기준 전국 212개 자치단체, 943곳에 흡연 부스를 운영 중이며, 이는 일본 전체 인구의 50%가 적용되는 수준이다. 일본 보건당국은 최근 성인흡연율 19.5%에서 2022년까지 12%로 낮출 것을 목표로 수립했다. 간접흡연율은 음식점 50.1%→15%, 직장 44%→0%, 행정기관 16.9%→0% 등으로 2020~22년까지 감소 목표치를 설정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흡연 공간의 분리보다는 금연구역 설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실외 금연구역은 1만6984곳으로, 2011년 기준 25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 내 금연구역 면적은 각종 시설과 지하철역 등을 포함하면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할 것으로 집계된다. 서울시 내 합법적인 흡연구역은 올해 2월 기준 43개소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을 배려해 분리형 금연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비흡연자들은 흡연권을 존중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곳이라는 기존 흡연공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병호 씨는 국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국민 권리존중을 위한 흡연공간 가이드라인 연구’에서 “흡연공간은 개인의 권리를 국가 차원에서 공공영역을 통해 해결하는 국가와 개인의 소통적 의미를 갖는다”며 “일본의 경우, 상호 간의 갈등 요소를 해결하는 쾌적한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 자판기, 흡연 관련 용품, 음료수, 출입비용 등 재화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흡연공간을 유지,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그는 “혐연자들의 건강과 권리는 물론이고, 흡연자들의 권리도 함께 보장함으로써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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